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더 이상 ‘미래 기술’에 머물지 않고 실제 업무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메일 요약, 일정 확인, 경비 처리 같은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협업과 의사결정 과정에도 관여하는 ‘디지털 직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가 공개한 ‘직장 내 에이전틱 AI’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원 84%는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동시에 56%는 일자리 안정성을 우려했고, 51%는 AI가 자신의 직무를 쓸모없게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 현장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사무실은 물론 원격 근무 환경과 가정까지 AI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직원들은 역할 변화와 재교육 필요성, 인간 고유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기사의 핵심은 AI가 인간을 완전히 밀어내기보다는 인간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도 미래 핵심 역량으로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감성 지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기계가 정답을 빠르게 내놓을수록, 그 결과를 해석하고 맥락에 맞게 적용하는 인간의 판단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이 주목해야 할 역량으로는 AI 결과물을 실제 가치로 바꾸는 ‘창의적 적용’, 여러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확보하는 ‘신뢰 구축’, 변화 과정에서 조직을 이끄는 공감과 리더십이 꼽힌다. AI 시대의 경쟁력이 단순한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운영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디지털 직원의 확산이 인간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역할을 요구한다고 봤다. 즉, 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사람은 설계·조율·판단·소통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AI의 확산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로봇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씨티(Citi)의 2024년 GPS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노동시장에 투입될 지능형 로봇은 13억 대, 2050년에는 40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노동력과 물리적 노동력의 경계가 점차 흐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향후 업무 환경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 기반 에이전트가 데이터 분석과 실행을 맡고, 물리 AI가 현장 작업을 수행하며, 인간은 이를 감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식의 분업 구조가 일반화할 가능성이 있다. AI는 더 이상 수동적 도구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하는 ‘활성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글의 진단이다.
다만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감시, 책임, 윤리, 신뢰 같은 문제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명확한 기준과 거버넌스, 직원 교육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직군이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다. 기술, 비즈니스, 예술적 감각을 함께 이해하는 인재로, 기업이 기존 업무 방식과 새로운 AI 기반 업무 환경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맡는다. 필자는 이런 인력이 AI 도입을 보다 인간 중심적이고 윤리적이며 실질적 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직원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에 가깝다. 다만 승패를 가르는 것은 자동화 속도 자체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느냐다. 앞으로의 일터에서는 기술 도입보다 ‘창의성’과 ‘신뢰’를 어떻게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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