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스페이스X ‘콜로서스 1’ 활용…클로드 처리량 경쟁 본격화

| 강수빈 기자

앤스로픽이 스페이스X의 초대형 슈퍼컴퓨터 ‘콜로서스 1’을 활용해 챗봇 클로드의 처리 성능을 확대한다.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이 모델 개발을 넘어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 확보전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앤스로픽은 7일 스페이스X 인프라를 기반으로 클로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투입되는 콜로서스 1은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23년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 xAI가 2024년 구축한 시스템으로, 스페이스X가 올해 초 xAI를 인수하면서 자산을 넘겨받았다.

이 슈퍼컴퓨터는 미국 멤피스 인근 데이터센터에 설치돼 있으며, 엔비디아($NVDA) 그래픽처리장치 22만 개 이상이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앤스로픽은 이를 통해 약 300메가와트 규모의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클로드 프로와 맥스 유료 이용자의 요청 처리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클로드 코드·API 한도 상향… 유료 서비스 경쟁력 강화

앤스로픽은 인프라 확충과 함께 클로드 코드와 클로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사용 한도도 높였다. 5시간마다 초기화되는 클로드 코드 요청 한도는 두 배로 늘었고, API 이용자는 분당 더 많은 입력·출력 토큰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실제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는 모델 성능 못지않게 ‘지연 시간’과 ‘처리량’이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고객과 고빈도 사용자는 응답 속도와 안정성을 핵심 지표로 본다.

스페이스X,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구상… ‘기가와트급 AI’ 노린다

이번 협력은 지상 데이터센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스페이스X는 앤스로픽이 향후 ‘복수 기가와트’ 규모의 궤도상 인공지능 연산 인프라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지난 1월 말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위성 1기당 100킬로와트 규모의 인공지능 하드웨어를 탑재하는 방식이다. 앤스로픽이 관심을 보인 다중 기가와트급 용량을 실현하려면 이런 위성이 수천 기 필요하다.

각 위성은 대형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공급하고, 약 1,079제곱피트 규모의 라디에이터를 통해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적외선 형태로 우주 공간에 방출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아직은 장기 구상에 가깝지만, 전력과 냉각이 인공지능 산업의 병목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스페이스X의 접근은 ‘우주형 AI 인프라’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던진 셈이다.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 최소 79조8,000억원… 인프라 사업 확대 시사

스페이스X는 이 위성에 들어갈 인공지능 칩을 텍사스의 신규 자체 생산단지에서 만들 계획이다. 이번 주 공개된 서류에 따르면 회사는 해당 시설에 최소 550억달러, 원화 약 79조7,995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회사는 시간이 지나면 총예산이 두 배를 넘길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스페이스X가 발사체와 위성 통신을 넘어 인공지능 인프라 공급자로 사업 외연을 넓히려 한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특히 초대형 연산 설비를 직접 구축하고 외부 고객에게 판매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아마존·구글·브로드컴도 합류… 앤스로픽, 멀티 파트너 전략 강화

앤스로픽은 스페이스X 한 곳에만 의존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마존($AMZN)은 지난달 발표한 협력에 따라 올해 말까지 앤스로픽에 약 1기가와트의 연산 능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계약에는 최대 250억달러, 원화 약 36조2,725억원 투자도 포함됐다. 장기적으로는 최대 4기가와트까지 추가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앤스로픽은 최근 브로드컴($AVGO), 구글과도 비슷한 규모의 인공지능 하드웨어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의 연산 자원은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이처럼 앤스로픽은 특정 사업자에 묶이지 않는 ‘멀티 파트너’ 전략으로 안정적인 인공지능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모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연산 자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가 기업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콜로서스 2’ 개방 가능성… 스페이스X IPO 기대도 자극

스페이스X는 현재 콜로서스 1 인근에 두 번째 슈퍼컴퓨터 ‘콜로서스 2’도 건설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최대 2기가와트의 연산 능력을 목표로 하며, 완전 가동 시 엔비디아 B200 칩 55만 개를 탑재할 전망이다.

이번 앤스로픽 계약은 스페이스X가 향후 콜로서스 2 접근권도 외부에 판매할 수 있다는 관측을 키운다.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신규 매출원이 생길 수 있고, 시장의 기업공개(IPO) 기대도 한층 커질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 말 기업가치 2조달러를 기준으로 750억달러, 원화 약 108조8,175억원 조달을 추진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태다.

결국 이번 협력은 앤스로픽에는 연산 자원 확대, 스페이스X에는 인공지능 인프라 사업 진출이라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 자체에서 ‘누가 더 큰 전력과 칩,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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