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 기업의 지분을 정부가 확보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급성장하는 AI 산업의 이익을 누구에게 어떻게 돌릴지에 대한 논쟁이 미국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6월 들어 이 문제를 두 차례 언급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선도적인 AI 기업들이 공공에 이익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했고, 이를 위해 미국 정부가 관련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AI 업계 경영진 12~15명과 별도 회의를 열어 이른바 환원 방안을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AI 산업이 막대한 부를 만들어내는 만큼, 그 성과를 소수 기업과 투자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정부가 AI 기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기업이 법인세를 현금이 아니라 주식으로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무소속 상원의원은 이런 구상을 바탕으로 AI 기업 지분을 정부가 세금 형태로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로스쿨의 제레미 베어러-프렌드 교수도 주식 납세는 정부가 별도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지분을 갖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런 방식은 정부가 기업 소유 구조에 직접 들어가는 셈이어서,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정부 지원의 대가로 지분을 받는 방식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첨단 산업에 보조금이나 공공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정부가 해당 기업의 주식을 확보하는 구조다. 기사에서 거론된 인텔 사례는 이런 모델의 참고 사례로 제시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의 신규 보통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해 지분 9.9%를 확보했고, 여기에 더해 지분 5%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당 20달러에 살 수 있는 5년 만기 신주인수권도 보유하고 있다. 자금은 반도체법에 따라 승인된 보조금과 국방부 프로그램 예산에서 충당됐다. 이는 AI 인프라처럼 초기 투자비가 큰 산업에서 정부가 자금 부담을 나누는 대신 소유권 일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실제로 알파벳이 최근 8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정도로, AI 산업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설비 구축에 막대한 돈이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세 번째는 공공펀드, 즉 공공 자산 기금을 만들어 기업 수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배당처럼 나누는 방식이다. 오픈AI는 지난 4월 AI 기업 투자 수익을 시민에게 배분하는 공공 자산 기금 구상을 제안했고, 앤트로픽도 AI 관련 세금 재원으로 국민에게 디지털 배당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발상은 알래스카 영구 기금과 닮아 있다. 알래스카 영구 기금은 석유 자원에서 나온 수익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면서 주민들에게 매년 배당금을 지급해온 제도다. AI 산업 역시 공공 데이터와 사회 전체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그 열매를 다시 사회에 분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다.
반면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자유시장 원칙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정부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순간 규제자이자 투자자라는 이중 지위를 갖게 돼 시장 왜곡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어번던스 연구소의 닐 칠슨은 정부가 공익 보호보다 투자 성과를 지키는 데 더 몰두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심판이 선수로 함께 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AI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공공 환원 논의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는 혁신 촉진과 시장 경쟁, 국민 배당과 정부 개입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지가 가장 큰 쟁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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