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업체의 인공지능 도입은 2023년 기준 5.0% 수준에 머물러 아직 본격 확산 이전 단계로 평가되지만, 이미 일자리의 총량보다는 일자리의 성격을 바꾸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사업체의 AI 도입 현황 및 영향에 대한 탐색적 분석’ 보고서를 보면, 국내 사업체의 AI 도입률은 2015년 0.03%에서 2020년 0.7%, 2023년 5.0%로 높아졌다. 이 결과는 사업체패널조사를 바탕으로 집계한 것이며, 국가데이터처의 기업활동조사에서도 2023년 도입률이 6.4%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아직 절대 수준은 높지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도입 격차는 기업 규모와 지역에서 뚜렷하게 확인됐다. 사업체 규모별 AI 도입률은 500인 이상이 16.9%로 가장 높았고, 300∼499인 12.4%, 100∼299인 8.7%, 30∼99인 3.5%로 집계됐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의 평균 근로자 수는 200.5명으로, 미도입 사업체의 101.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재무 여건에서도 차이가 컸다. AI 도입 사업체의 평균 자산은 2조원을 넘어 미도입 사업체 평균인 6천779억원의 3.1배였다. 지역별로는 경상권 7.6%, 수도권 6.0%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충청·강원권은 1.7%, 전라·제주권은 0.8%로 낮았다. 노동연구원은 제조 대형 사업장이 몰린 경상권과 기술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의 산업 구조가 이런 차이를 만든 것으로 해석했다.
고용의 전체 규모는 AI 도입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AI 도입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증감률은 2019년 6.9%에서 2021년 4.5%로 낮아졌다가 2023년 6.3%로 다시 높아졌고, 미도입 사업체도 같은 기간 3.2%, 0.9%, 3.0%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내용은 달랐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에서는 관리직·전문직 같은 고숙련 일자리 비중이 2019년 30.3%에서 2023년 35.6%로 높아진 반면, 단순 업무 중심의 저숙련 일자리 비중은 9.4%에서 4.4%로 줄었다. 이는 인공지능이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일부 대체하는 대신, 이를 운영·관리하거나 데이터를 해석하는 인력 수요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대로 AI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체는 숙련 수준별 고용 비중에 큰 변화가 없어 기존 구조를 비교적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이 인공지능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도 뚜렷했다. 주요 장애 요인으로는 기술 부족이 49.8%, 과도한 비용이 48.7%로 꼽혔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기술 기반이 약한 지역일수록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 부담이 크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는 셈이다. 노동연구원은 직무 전환 지원을 넓혀 고용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중소기업과 도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AI 보급 속도가 더 빨라질수록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별 인력 재배치와 지역 간 생산성 격차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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