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임대료 선물, 10월 5일 출시 추진

| 정민석 기자

GPU 컴퓨팅 자원이 단순 비용 항목을 넘어 가격지표와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다뤄지는 단계에 들어섰다. AI 인프라 수요가 커지면서 GPU를 얼마에 빌리고, 어떤 지표로 가격을 정산하며, 그 변동 위험을 어떻게 헤지할지가 새 시장의 쟁점이 됐다.

엔비디아($NVDA)는 8월 10일 아폴로(Apollo), 블랙록, 블랙스톤(Blackstone), 브룩필드(Brookfield), 골드만삭스, KKR과 AI 컴퓨팅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세우기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 구조를 통해 5000억 달러(약 691조5000억원)가 넘는 제3자 민간자본 동원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력은 최종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다.

거래소들도 가격 기준 만들기에 나섰다. CME그룹(CME Group)과 실리콘데이터(Silicon Data)는 10월 5일 ‘실리콘데이터 H100 렌탈 지수 선물’과 ‘실리콘데이터 B200 렌탈 지수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8월 11일 발표했다. 두 계약은 각각 H100과 B200 한 달치 임대료를 추적하며 뉴욕상업거래소 규정 적용을 받는다.

본지도 앞서 CME그룹의 GPU 임대료 연동 선물 출시 추진을 보도했다. 이번 사안의 새 초점은 AI 컴퓨팅 자원이 가격지표, 장외거래, 온체인 거래, 거래소 선물, 규제 검토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였다는 점이다.

ICE는 5월 19일 Ornn과 GPU 컴퓨트 선물 계약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약은 Ornn의 컴퓨트 가격지수인 OCPI를 기준으로 하며 달러 표시, 현금결제 방식이다. Ornn은 4월 2일 OCPI가 블룸버그 터미널에 올라갔다고 발표했다.

컴퓨트 선물은 GPU 같은 연산 자원의 임대료나 사용 비용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지금까지 AI 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는 GPU 확보 비용을 계약 조건이나 설비투자 부담으로 관리해 왔다. 선물 상품이 붙으면 이 비용을 가격 변동 위험으로 따로 떼어 거래하거나 헤지할 수 있다.

시장 형성은 거래소 상장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다. FalconX는 5월 27일 OCPI H100을 참조하는 첫 장외 컴퓨트 포워드 스와프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폴리마켓(Polymarket)은 6월 2일 FalconX와 AneraLabs 사이의 GPU 관련 첫 기관급 온체인 블록트레이드를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이 흐름은 크립토 시장과도 맞닿아 있다. 컴퓨트 가격을 장외 스와프나 온체인 블록트레이드로 다룬 사례가 나오면서, AI 인프라 비용이 디지털자산 거래 인프라 위에서도 위험 관리 대상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는 GPU 가격 자체가 토큰화됐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 지표를 참조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Kalshi는 7월 14일 GPU 컴퓨트 시장에 시장가격 기반 선도곡선이 생겼다고 밝혔다. 다만 Kalshi의 곡선은 참조가격이며 거래소에 상장된 표준 선물 자체는 아니다. Kalshi는 7월 22일 연구에서 공급 제약과 수요 압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가격 압력은 완화될 수 있으며 B200 곡선이 백워데이션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다른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6월 2일 정책 해설에서 전력 선물과 컴퓨트 선물의 연구개발 준비를 언급했다. 로이터는 상하이선물거래소가 AI 토큰 선물을 설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논의가 GPU 임대료라는 공급 측 가격에 가깝다면, 중국의 초기 설계는 AI 토큰 소비량이라는 수요 측 비용에 더 가깝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일(한국시간) 컴퓨트 파생상품 계약에 대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검토 대상에는 컴퓨트 현물시장 규모와 유동성, 시장감시, 조작 가능성, 고객보호, 영구형 컴퓨트 선물 등이 포함됐다. CFTC가 AI 컴퓨팅 능력에 연동된 파생상품을 제도권 시장에서 다룰 수 있는지 공개 의견수렴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품 아이디어를 넘어 규제 논의 단계로 옮겨간 셈이다.

쟁점은 표준화다. GPU는 석유처럼 완전히 같은 상품이 아니다. 지역, 네트워크, 계약 조건, 칩 세대가 달라 같은 H100 1시간이라도 경제적 가치가 같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잔존가치와 재판매 가격도 위험 요인이다.

이해관계자별 셈법도 다르다. AI 개발사와 클라우드 사업자는 장기 GPU 임대료 변동을 줄일 수 있는 도구에 관심을 둘 수 있다. 거래소와 데이터 제공업체는 정산 가능한 지표를 만들려 하지만, 기준가격 공급자가 소수에 집중될 경우 지표 설계 자체가 시장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편에서는 비동질적인 GPU 사용권을 표준 선물로 묶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지역과 네트워크 품질, 사용 조건이 다른 자원을 같은 가격 단위로 다루면 실제 사용 가치와 정산 가격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트 달러 구상 역시 현재는 결제 체계가 아니라 정책 제안에 머문다.

다음 관문은 실제 상장과 규제 검토다. CME그룹과 실리콘데이터가 제시한 출시 목표일은 2026년 10월 5일이며, CFTC 의견 수렴 결과와 지표 설계가 컴퓨트 선물 시장의 초기 구조를 가를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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