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의 병목이 전력망과 터빈 부족에서 인허가와 지역 정치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 물 사용, 토지 문제를 둘러싼 반발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개발 방식도 전력망 의존에서 자체 전력 조달로 바뀌고 있다.
제임스 웨스트(James West) 멜리어스 리서치 전무는 야후파이낸스 보도에서 “성장을 가로막는 제약이 바뀌었다”며 “이제 터빈이나 자본, 고객 의도가 아니라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허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투자 논의가 설비 조달을 넘어 지역사회 수용성과 규제 심사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발이 주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 주지사는 7월 14일 50메가와트 이상 초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허가를 1년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욕 주정부는 전력망 확충 비용이 주민과 기업에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AI 학습과 추론, 클라우드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서버와 냉각 설비를 갖춘 시설로, 전력망과 수자원 사용 부담이 지역 쟁점으로 번지기 쉽다.
텍사스에서도 흐름이 바뀌었다. ERCOT는 7월 29일 텍사스 상원 상공위원회 보고에서 대규모 전력 수요 접속 요청 현황을 공개했다. 2026년 6월 기준 요청 규모는 약 474.7기가와트였고, 이 가운데 420.8기가와트, 90.2%가 데이터센터로 분류됐다.
이 수요는 텍사스의 역대 최대 전력 부하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접속 요청은 실제 건설 수요와 투기적 대기 수요가 섞일 수 있어 전력망 운영자와 주정부의 검증 절차가 중요해진다.
그레그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이달 전력망 접속을 원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 애벗 주지사실은 8월 3일 보도자료에서 전력 수요, 물 사용, 세제 혜택, 소유 구조, 지역 영향 완화 방안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공개 발언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자들이 “제 무덤을 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우호적이던 주정부 기조가 전력망 부담과 지역 반발을 계기로 심사 강화 쪽으로 기운 셈이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애벗 주지사는 재선에 도전하고 있으며, 민주당 후보 지나 히노호사(Gina Hinojosa)는 데이터센터 건설 즉각 유예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본지는 앞서 미국 AI 데이터센터 반발이 정치 리스크로 커졌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다. 갤럽(Gallup) 조사와 주정부 규제 움직임은 전력망, 물 사용, 부지, 세금 혜택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웨스트 전무는 감사와 등록제가 기존 사업자에게 반드시 악재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감사, 등록 제도, 전력 감축 의무화는 모두가 속으로 과장돼 있음을 인지하던 대기 수요를 걸러낸다”며 “전력이 공급되고 즉시 가동할 수 있고 계약이 체결된 자산을 보유한 소유주들에게 이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시장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의미다. 실제 전력 공급 계약과 부지를 확보한 사업자는 심사 강화로 경쟁자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전력망 접속을 전제로 여러 지역에 신청서를 넣은 개발자는 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개발자들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웨스트 전무는 주요 개발자들이 부담이 커진 전력망에 프로젝트를 얹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계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후파이낸스는 엔아르지 에너지(NRG Energy)가 텍사스에서 1.2기가와트 규모 자체 전력 조달 프로젝트를 진척시켰고,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가 920메가와트 원자력 전력 공급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전력 조달 능력이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도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와 소버린 AI 논의는 반도체 조달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전력 비용, 입지, 지역 수용성, 인허가 속도가 함께 맞물린다.
미국 사례는 한국 AI 인프라 정책과 관련 기업에도 전력망 투자와 지역 협의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일은 11월 3일이며,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는 선거 과정에서 주별 정책 쟁점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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