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1kg 9만2183달러, 금 620g 맞먹었다

| 정민석 기자

한국산 D램(DRAM) 수출 단가가 이달 1~20일 kg당 9만2183달러(약 1억2767만원)로 집계됐다. 같은 무게의 금 620g과 맞먹는 수준이다.

26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TRASS) 집계에서 D램 모듈을 제외한 한국 D램 수출 단가는 전년 동기보다 401.0% 올랐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98억662만 달러(약 13조5739억원)로 504.8% 증가했다.

투자 리서치업체 시트리리서치(Sitri Research)는 한국 D램 수출 통계를 분석해 현재 수출 단가가 2023년 1월 저점인 kg당 약 7400달러의 12.5배라고 밝혔다. D램 1kg의 가치는 같은 무게 백금의 1.53배, 은의 41.7배로 계산됐다.

다만 D램을 금이나 은처럼 무게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2023년 초 주류 현물 제품은 DDR4 8Gb였고, 현재 시장 기준은 DDR5 16Gb로 옮겨갔다.

공정 미세화와 제품 세대 교체는 같은 면적의 칩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게 만든다. 이 변화만으로도 kg당 환산 단가는 올라갈 수 있어 수출 단가를 현물·계약 가격과 같은 뜻으로 읽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상승폭은 제품 세대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MU)는 2026회계연도 3분기 보고서에서 D램 매출이 전 분기보다 67% 늘었고 평균판매가격은 60%대 초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마이크론의 비트 출하량 증가는 한 자릿수 초반에 그쳤다. 물량보다 가격이 매출 증가를 이끈 셈이다.

수급 압박의 중심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메모리로, 엔비디아($NVDA) 등 AI 가속기 생태계에서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더 많은 웨이퍼 투입을 필요로 한다. 메모리 업체가 HBM 생산 비중을 늘리면 PC, 스마트폰, 일반 서버용 D램에 배정되는 생산 여력이 줄 수 있다.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6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의 HBM 투입 비중이 2025년 18%, 2026년 22%, 2027년 말 약 30%로 늘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HBM의 D램 비트 공급 비중은 같은 기간 8%, 9%, 약 13%로 제시됐다.

이는 웨이퍼 투입은 빠르게 늘지만 실제 비트 공급은 그만큼 늘지 않는 구조를 뜻한다. HBM 수요가 커질수록 범용 D램 공급이 함께 빠듯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7월 30일 보고서에서도 2027년 D램 수요가 공급 증가 속도를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업체가 증설을 준비하고 있지만 건설, 장비 반입, 원재료 준비, 생산 안정화에 시간이 걸려 의미 있는 생산 기여는 2028년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에게 이 흐름은 반도체 주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자본지출, 메모리 가격은 크립토 인프라와도 맞물린다. 본지는 앞서 한국 D램 수출 단가가 AI 인프라 확대의 다른 단면을 보였다고 전했다.

채굴, 검증자 운영, AI 결합 서비스처럼 고성능 서버 비용에 민감한 영역에서는 메모리 단가가 인프라 비용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확인된 수치는 D램 수출 단가 상승과 HBM 생산 병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kg당 단가는 제품 구성과 세대, 저장 용량, 수출 품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출 통계는 메모리 업황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개별 제품의 현물·계약 가격을 그대로 대체하지는 않는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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