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발굴한 신약 후보 약 70건이 임상 단계에 들어갔지만, 실제 성과를 판단하려면 3~5년의 검증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번스타인(Bernstein)은 26일 보고서에서 AI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 대부분이 아직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AI가 분자 설계, 가상 스크리닝, 표적 발굴에는 쓰이고 있지만, 신약이 인체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정은 알고리즘만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번 분석은 최근 AI 기업 경영진이 내놓은 낙관론과 거리를 둔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스로픽(Anthropic) 최고경영자(CEO)는 AI가 5~10년 안에 대부분의 인간 질병 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번스타인은 26일 보고서에서 AI 기업 경영진의 낙관론을 AI의 사회적 가치를 설명하려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AI 업계가 의학과 생물학에서 실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흐름과 맞물린 발언이라는 취지다.
다만 번스타인은 이 같은 주장이 신약개발 현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표적 발견, 임상시험, 의료 시스템 수용 능력이 모두 병목으로 작용하고, 생물학적 검증은 결국 사람 몸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AI 신약개발은 통상 후보 물질 발굴과 선별 과정에서 먼저 효율을 낸다. 컴퓨터 모델이 방대한 화합물과 표적 단백질의 조합을 탐색하고, 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초기 단계에서 걸러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다른 문제다. 후보 물질이 세포나 동물 실험에서 유망해 보여도 사람에게 같은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다는 보장은 없고, 용량 설정과 부작용 확인, 환자 모집에도 시간이 걸린다.
보고서는 AI의 핵심 가치를 ‘속도 단축’보다 ‘의사결정 품질 개선’에서 찾았다. 번스타인은 성공률이 20% 높아질 때 생기는 연구개발 수익이 같은 폭의 시간·비용 절감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제약산업의 비용 구조와 맞닿아 있다. 신약개발에서는 실패한 후보에 들어간 연구비와 시간이 누적되기 때문에, 더 빨리 많이 시도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고르는 능력이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난치 질환처럼 생물학적 이해가 부족한 영역에서는 AI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제시됐다. 전체 성공률이 높지 않더라도 기존 방식으로 찾기 어려웠던 표적이나 후보 물질을 발굴할 수 있다면 연구개발 효율을 높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대형 제약사의 AI 전략도 갈리고 있다. 일라이릴리(Eli Lilly)는 외부 협력 건수가 25건으로 가장 넓고, 로슈(Roche)는 컴퓨팅 투자가 가장 큰 기업으로 거론됐다. 암젠(Amgen)은 deCODE Genetics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어력이 강한 사례로 제시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AI 기술 자체보다 임상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질환별 전문성이 결합되는지가 관건이다. AI 모델이 후보를 제시하더라도 이를 검증하고 개발 우선순위로 올리는 과정은 기존 제약사의 연구개발 체계 안에서 이뤄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데이터에서는 아직 AI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번스타인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8.5개의 신약이 승인된 흐름을 AI 효과보다 규제 현대화와 바이오의약품 부상의 결과로 해석했다.
AI 신약개발은 연구실 단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병 치료’라는 주장까지 가려면 임상시험과 인체 검증, 의료 현장 적용이라는 단계를 통과해야 하며, 번스타인은 그 답이 앞으로 3~5년 사이 임상 결과에서 드러날 것으로 봤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