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메모리로 일부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론(Micron·MU)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부족 속에 2026회계연도 3분기 비일반회계기준 매출총이익률 84.9%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6월 24일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414억6000만 달러(약 57조2000억원)였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매출은 93억100만 달러였다.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AI 시대 메모리의 전략적 가치”가 실적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회사 수익성 개선의 핵심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엔비디아(Nvidia·NVDA)도 AI 서버 수요 확대를 실적으로 확인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분기 매출이 962억 달러(약 132조8000억원)였다고 밝혔다. 최근 분기 매출총이익률은 75.0%였다.
두 회사의 숫자는 같은 AI 사이클 안에서도 비용 부담과 가격 결정력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를 74.0%로 제시했다. 매출 규모는 커지지만 부품 확보 비용이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마이크론의 수익성은 메모리 공급 부족과 맞물려 있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3분기 10-Q에서 AI가 이끄는 메모리·스토리지 수요 증가가 업계 공급 증가 속도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전략 고객 계약에는 다년간 특정 물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약정이 포함되며, 대부분 가격이 고정되거나 상·하한 범위 안에서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이다. AI 학습과 추론 서버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써야 하기 때문에 연산 칩 성능만으로는 병목을 해결하기 어렵다. D램은 서버가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핵심 메모리로, HBM과 함께 AI 인프라 원가와 출하 일정을 좌우하는 부품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공급망 부담은 공시에서도 드러난다.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2분기 10-Q에서 공급·생산능력 관련 약정은 7월 26일 기준 2790억 달러(약 385조원)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1190억 달러(약 164조2000억원)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회사는 이 약정이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스템을 위한 것이며, 주로 메모리와 제조 설비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AI 서버 출하를 늘리려면 GPU뿐 아니라 HBM, D램, 조립·패키징, 제조 설비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병목이 한 부품에만 생겨도 전체 시스템 출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마이크론이 현재 HBM 고객 수요의 50~67%만 충족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마이크론이 100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다년 계약을 확보했고, HBM4 출하액은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수치들은 회사 공시와 별도로 매체 보도에 귀속되는 내용이다.
서버 가격에도 영향이 번지고 있다. 크립토브리핑은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엔비디아 AI 칩을 탑재한 서버 가격이 2027년 초 출하 시스템부터 15% 넘게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안은 본지가 앞서 전한 루빈 울트라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이 커졌다는 흐름과 맞물린다.
AI 서버 시장에서는 통상 칩 설계사, 메모리 공급사, 파운드리, 서버 제조사, 클라우드 사업자가 한 공급망 안에서 움직인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수요를 기반으로 매출을 키우고 있지만, 메모리 업체는 부족한 공급을 배경으로 계약 조건과 가격에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수치는 AI 인프라 확대 국면에서 메모리 공급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반대로 서버 구매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서버 가격이 오르면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는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있지만, 중소 클라우드나 기업 고객은 도입 시점과 규모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모든 수요자에게 같은 속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핵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HBM·D램 공급망이다. 본지는 앞서 메모리 ETF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공급망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을 전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늘수록 GPU뿐 아니라 메모리 확보가 서버 출하와 가격을 좌우하는 변수로 올라선다.
다만 이번 자료만으로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 영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각 회사의 계약 구조, 생산능력, 고객 구성, 제품 세대별 공급 상황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확인된 수치상으로는 마이크론의 높은 마진과 엔비디아의 대규모 공급 약정이 같은 AI 투자 사이클 안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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