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이 모델 성능을 넘어 전력망과 희토류 공급망의 통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를 산업 기술이자 전략 자산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한국에도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요 변화가 함께 닿고 있다.
J.T. 영(J.T. Young)은 27일 공개한 논설에서 AI를 '새로운 에너지'에 비유하며 미국이 주도권을 늦추면 중국 공산당이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결론은 검증된 사실이라기보다 지정학적 해석에 가깝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8일 보고서에서 희토류가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로봇, 방산에 쓰이는 핵심 자원이라고 밝혔다. IEA 수치로는 중국이 자석용 희토류 채굴의 약 60%, 정제의 90% 이상, 영구자석 생산의 약 95%를 차지한다. 희토류는 AI 서버와 전력 설비, 냉각·제어 장비까지 이어지는 제조 기반의 병목으로 꼽힌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특정 광물 하나가 아니라 전자·자석·방산 장비에 쓰이는 원소군을 가리킨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고성능 서버 자체뿐 아니라 전력 변환 장치, 냉각 장비, 로봇 자동화 설비까지 공급망이 맞물리기 때문에 원재료 병목이 인프라 확장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력 수요도 이미 논쟁 단계를 넘어섰다. 로이터 인사이트(Reuters Insights)와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6월 22일 공동 보고서에서 AI발 전력 수요가 더는 논쟁 대상이 아니며 데이터센터가 주요 경제권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동력이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전력망 제약, 안정성 압박, 접속 병목을 주요 위험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속도와 안정성 사이에서 규칙을 손보고 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6월 18일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전력 수요처를 더 빨리 연결하되 전기요금과 정전 위험을 키우지 않는 새 절차를 검토하라고 지역 전력망 운영자들에게 요구했다. 로라 스웨트(Laura Swett) FERC 의장은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규제 압박도 함께 커졌다. 그레그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8월 4일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망 접속 승인을 일시 중단하고 감사를 지시했다.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 전력망 운영자 ERCOT이 검토 중인 신규 전력 수요가 약 474기가와트로 주의 사상 최대 피크 전력의 5배가 넘고, 이 가운데 약 90%가 데이터센터 요청이라고 밝혔다.
전력망 접속은 발전소를 더 짓는 문제와 다르다. 데이터센터는 특정 지역에 대규모 전력을 한꺼번에 요구하고, 전력망 운영자는 송전 설비와 예비력, 요금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한다. AI 인프라 투자가 빨라질수록 전력회사와 지방정부는 투자 유치와 주민 부담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중국도 AI를 개방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로이터는 7월 7일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BABA), 바이트댄스(ByteDance), Z.ai 등과 회의를 열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모델을 포함한 최첨단 AI 모델의 해외 접근 제한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논의 범위에는 폐쇄형 모델과 오픈웨이트 모델이 모두 포함됐다.
그러나 전력이 많다고 AI 우위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로이터는 6월 22일 중국의 AI 데이터센터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추진하지만 피크 수요 예측이 어렵고 전력망 운영자들이 추가 위험을 꺼린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5분의 4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2023년 비중은 11%였다.
통제 논란은 이용자 감시 문제와도 맞물린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3월 17일 중국의 사이버범죄 방지 법안이 통신·인터넷·은행 시스템 규칙을 한 틀로 묶어 당국의 이용자 추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실명 확인과 서비스 사업자의 감시 의무를 넓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국 독자가 봐야 할 지점은 중국 증시가 아니라 공급망이다. 본지는 앞서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아시아 공급망을 거치지 않고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을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칩, 전력 인프라, 냉각 설비가 같은 투자 흐름 안에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구조에서는 이해관계도 갈린다. AI 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는 더 빠른 전력망 접속을 원하지만, 전력망 운영자와 지방정부는 요금 부담과 정전 위험을 따져야 한다. 희토류와 영구자석 공급망에서는 채굴·정제·부품 생산의 특정 국가 집중이 장비 조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영의 '중국 AI 장악' 주장은 검증된 결론이 아니다. 다만 희토류 집중,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AI 모델 접근 제한 논의, 감시 법제 강화는 각각 확인된 사실이다. AI 경쟁은 모델 출시 속도만이 아니라 희토류, 전력망, 데이터센터 접속 규칙이 함께 결정하는 산업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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