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채권 54.9% 증가, 엔비디아 회수 능력 논쟁

| 김민준 기자

엔비디아($NVDA)를 둘러싼 순환금융 논쟁의 초점이 거품 여부에서 현금 회수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AI 칩 판매, 고객 금융, 데이터센터 투자 약정이 한 생태계 안에서 맞물리면서 매출의 질을 따지는 목소리가 커졌다.

KB증권은 3일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분석하며 매출채권 증가와 잉여현금흐름 둔화를 핵심 점검 항목으로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6일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이 962억2100만 달러(약 133조원)로 전 분기보다 18%, 전년보다 106% 늘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 달러(약 123조원)로 전년보다 117% 증가했다.

문제는 매출이 현금으로 바뀌는 속도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17.9% 늘었지만 매출채권은 54.9% 증가했다. 매출채권회수기간은 약 46일에서 60일로 길어졌고, 잉여현금흐름 마진은 59.5%에서 22.2%로 낮아졌다.

엔비디아는 공시에서 대규모 다분기 계약의 결제 조건 연장 때문에 매출채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이를 부실채권보다 매출 인식과 대금 회수 사이의 시점 차이로 봤다.

순환금융 논란은 엔비디아가 AI 개발사나 AI 클라우드 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돕고, 그 고객이 다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는 구조에서 출발한다. 매출 확대와 금융 지원의 경계가 흐려지면 최종 수요와 자금 부담 주체를 따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본지가 앞서 다룬 5000억 달러 AI 금융 구조에서도 쟁점은 최종 계약 체결 여부와 자본 조달 부담 주체였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금액은 확정 매출이 아니라 장기 자본 동원 목표라는 점에서 실제 집행 조건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10일 아폴로(Apollo),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브룩필드(Brookfield),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KKR과 AI 컴퓨트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플랫폼이 5000억 달러(약 681조5000억원) 이상의 제3자 자본을 장기적으로 동원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금액은 단일 펀드나 단일 고객에 대한 약정이 아니며 엔비디아 매출도 아니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공시 약정 규모도 논쟁을 키웠다. 회사의 2027회계연도 2분기 보고서에는 공급·용량,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센터 임대, 지분투자, 설비투자 관련 미래 약정 총액이 3660억 달러(약 498조9000억원)로 제시됐다. 이 중 지분투자 약정은 250억 달러(약 34조1000억원)다.

KB증권은 순환금융과 직접 맞닿은 익스포저를 고객사 지분투자 250억 달러와 추가 커밋먼트·보증 560억 달러(약 76조3000억원)를 합친 810억 달러(약 110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약정은 수요가 뒷받침될 때 매출과 생산으로 이어지는 조달성 의무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다만 장외부채 우려는 남아 있다. 보증은 재무제표에 곧바로 부채로 잡히지 않는 우발부채다. 실제 차입이 특수목적법인에 남으면 AI 생태계의 전체 레버리지를 외부 투자자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엔비디아도 공시에서 약정, 보증, 상업적 계약이 재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고객과 파트너의 이행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통상 반도체, 전력, 냉각, 네트워크 장비, 장기 임대 계약이 함께 묶이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이 무너져도 GPU를 다른 수요처로 되팔거나 재배치할 수 있어 리스크는 낮다고 언급했다”며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순환금융’은 매출의 판을 키우는 선투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분석은 논란의 핵심이 단순한 매출 규모보다 회수 가능성에 있다는 뜻이다.

KB증권은 엔비디아의 2026~2028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을 약 9600억 달러(약 1308조5000억원)로 봤다. 공시 확약 총액 4220억 달러(약 575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투하자본수익률도 2028년 55% 안팎으로 자본비용의 5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 논쟁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AI 인프라 매출을 읽는 기준을 바꾸고 있다. 반도체 판매량과 데이터센터 증설 규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고객이 칩을 사고 데이터센터를 돌린 뒤 그 현금흐름으로 대금을 갚을 수 있는지가 다음 검증 지점이 됐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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