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컴퓨팅 비중을 현재 약 5%에서 2030년 15%로 높이기 위해 공공자금 1000억유로와 민간자본 약 1조3000억유로를 동원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거(Margrethe Vestager)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수석부집행위원이 참여한 독립 전략 보고서 'A Transformative AI Strategy for Europe'는 유럽이 미국과 중국에 대한 AI 인프라 의존도를 낮추려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2026년 9월 발표됐다.
보고서가 제시한 목표는 450억와트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유럽 내 시설이 전 세계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연산 인프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15%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데이터센터 투자의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맡고, 민간자본이 시설 구축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공공자금만으로 시설을 직접 건설하기보다 전력 공급과 인허가 기간을 줄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 세수와 기반시설 투자를 제공하고, 대규모 사업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전력망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전력망 확충과 인허가 단축을 민간투자 유치의 전제조건으로 본 셈이다.
다만 1000억유로와 1조3000억유로는 확정된 예산이나 법안에 담긴 금액이 아니다. 보고서 자체도 유럽연합과 회원국 정부의 위임이나 재정 지원을 받지 않은 독립 보고서라고 명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별도로 AI 기가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7월 30일 공식 입찰을 시작했으며, 16개 회원국 60개 부지에서 77건의 제안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AI 기가팩토리는 대규모 AI 칩과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초대형 연산시설을 뜻한다. 첫 시설 착공은 2027년으로 예정됐으며, 집행위원회는 관련 사업에 200억유로를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P는 유럽연합이 7개 AI 기가팩토리 건설에 공공자금 100억유로를 제공하고 민간투자 200억유로를 추가로 유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각 시설에는 최소 10만개의 첨단 AI 칩이 탑재될 예정이다.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전체 사업 규모와 AP가 전한 공공·민간 자금 배분은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다. 다만 두 자료 모두 AI 기가팩토리 구축에 공공자금과 민간투자를 함께 활용한다는 점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유럽의 컴퓨팅 인프라 확대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수요와도 맞물린다. 보고서는 인프라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전력 공급 능력과 인허가 속도를 함께 확보해야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봤다.
기술 자립으로 이어질지는 별도 과제다. 르몽드는 유럽의 AI 기가팩토리가 엔비디아($NVDA)와 AMD 등 미국 기업의 칩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유럽은 ASML의 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AI 컴퓨팅 시설에 필요한 첨단 칩과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한 것은 아니다. 인프라 확대와 칩 공급망 자립은 별도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전력 비용과 환경 영향, 회원국 간 예산 협의도 변수로 거론됐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첫 시설은 2028년 중반 가동될 수 있지만, 재원 확보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럽의 AI 인프라 확충은 국내 AI 기업과 반도체 업계에도 공급망과 컴퓨팅 자원 확보 측면에서 참고할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서 본지는 유럽의 AI 컴퓨팅 용량을 확대하려는 세레브라스의 계획을 전한 바 있다.
이번 제안의 실행 여부는 회원국의 재원 분담과 전력망 확보, 인허가 단축에 달려 있다. 유럽연합의 AI 기가팩토리 사업은 2027년 첫 시설 착공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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