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데이터센터·전력·칩 등 물리 인프라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투자 구조가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간 역할 분담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피치북의 '첨단 컴퓨팅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 투자 동향' 보고서는 4분기 첨단 컴퓨팅 분야에서 벤처캐피털(VC)이 전체 거래 건수의 86%를 차지했지만 투자 금액 비중은 16%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는 과거 평균 비중인 29%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나머지 대부분의 자금은 사모펀드(PE) 투자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대형 언어모델을 넘어 데이터센터, 반도체 제조, 네트워크 장비 등 물리 인프라 전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면서 수십억 달러 단위의 자본이 필요한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자금과 장기 수익 구조를 감내할 수 있는 PE 투자자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 첨단 컴퓨팅 분야 VC 투자 규모는 535억 달러로 집계되며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거래 건수는 293건으로 전 분기 304건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 가운데 VC 거래는 251건이었으며, PE는 42건에 불과했지만 총 449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금액을 집행하며 자금 측면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분야가 투자 급증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PE 투자자들이 해당 영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4분기 데이터센터 투자액은 481억 달러로 전 분기 132억 달러 대비 크게 증가해 역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형 거래도 잇따랐다. 10월에는 블랙록과 아부다비 국부펀드 엠지엑스(MGX) 등이 참여한 투자자 컨소시엄이 AI 워크로드에 특화된 데이터센터 운영사 얼라인드 데이터센터스를 400억 달러 규모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11월에는 블랙스톤이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을 위해 건설 중인 발전소 기업 울프 서밋 에너지에 12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편 VC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영역에서 기술 실험과 서비스 구축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GPU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람다는 11월 15억 달러를 조달하며 제한된 규모의 시설을 기반으로 특화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시장을 이중 구조로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VC는 실험과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고, PE는 데이터센터 등 물리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AI가 독립적인 인프라 자산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민간 시장 투자자들이 해당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