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장기화 신호에도…크립토 VC 자금 유입 지속

| 민태윤 기자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돈줄’을 쉽게 풀지 않겠다는 신호를 재확인했지만, 크립토 스타트업을 향한 벤처캐피털(VC) 자금은 오히려 꾸준히 흘러들고 있다. 고금리 국면이 위험자산 선호를 꺾는 전형적 환경임에도, 투자자들은 ‘침체기야말로 혁신이 태어나는 시기’라는 논리를 앞세우며 블록체인 빌더들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 제롬 파월(Jerome Powell)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동시에, 시장이 기대해온 연내 금리인하가 ‘중동 전쟁 격화 등 불확실성’ 탓에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리가 높은 상태로 오래 유지되면 유동성이 줄고, 비트코인(BTC) 같은 암호화폐와 초기 기술 스타트업 같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게 일반적이다. Fed가 사실상 ‘긴축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한 셈이다.

하지만 VC 업계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경쟁력 있는 팀을 가려내고, 구조적으로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정화 구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파이널리티 캐피털의 제너럴 매니징 파트너 애덤 위닉(Adam Winnick)은 DL뉴스에 “역사를 보면 최고의 기업은 완화적 통화정책 시기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긴축기에 만들어진다”며 “바로 지금이야말로 실행력이 검증된 창업자와 사고가 명료한 팀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위닉은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가 아마존, 구글, 세일즈포스 같은 기업에 ‘검증의 장’이 됐다고 짚었다. 거품이 꺼지며 다수 기업이 사라지는 동안, 살아남은 기업들이 이후 시장을 지배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도 같은 역학이 전개되고 있다”며 “금리 신호에 따라 단기 심리에 반응하는 투자자들과 달리, 블록체인 생태계의 빌더들은 더 빠른 속도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파이라마(DefiLlama)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셋째 주(3주차)에만 크립토 스타트업으로 1억5500만달러(약 2334억8,000만원·1달러=1506.50원)가 유입됐다. 올해 누적 크립토 스타트업 자금조달 규모는 약 30억달러(약 4조5195억원)에 근접했다. 이는 2025년 1분기 업계가 모은 58억달러의 51% 수준으로, 고금리 여건에도 조달 속도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주 주요 크립토 자금조달 3건

싱가포르 기반 메타컴프(MetaComp)는 프리 시리즈A에서 3500만달러(약 527억3,000만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는 금액 자체보다 참여 투자자 면면이 주목받았다. 알리바바가 스파크 벤처와 함께 메타컴프의 ‘스테이블X 네트워크(StableX Network)’를 지원했다는 점에서다.

메타컴프는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지급결제 인프라)을 결합해 기관 자금의 이동을 돕는 구조를 내세운다. 특히 거래 마찰이 컸던 ‘아시아-중동’ 자금 흐름을 핵심 타깃으로 잡았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된 실시간 결제 레이어’로 확장하는 흐름에 맞춰, 국경 간 상거래의 기반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발을 담근 전략적 투자로 읽힌다. 빅테크와 전통 금융 플레이어들이 블록체인 레일을 채택하며 크립토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 오스틴에 본사를 둔 아이언라이트(Ironlight)는 토큰화 증권 플랫폼을 위해 2100만달러(약 316억4,000만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번 라운드는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시장의 결합이 한층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는 TD뱅크 최고경영자(CEO) 출신 그레그 브라카(Greg Braca)가 주도했으며, 그는 현재 아이언라이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아이언라이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감독 체계 아래에서, 사모펀드와 부동산 같은 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는 모델을 추진한다. 기반 체인은 세이(Sei)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전통적인 주문장(오더북) 방식의 거래 구조에 블록체인 결제를 결합한 형태로, 기관 자금이 선호하는 규제·정산·감사 요건을 맞추면서 ‘실물자산 토큰화(RWA)’를 제도권에 안착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두바이 기반 트랜스파이(TransFi)는 성장 신흥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1920만달러(약 289억3,000만원)를 조달했다. 튜링 파이낸셜 그룹의 지원을 받았고, 투자 구조는 지분 투자와 전용 유동성 공급(리퀴디티) 시설을 결합한 형태로 알려졌다. 국경 간 결제 비즈니스에서 안정적인 유동성은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만큼, 실제 사업 확장에 맞춘 자금 설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랜스파이는 70개국에서 200만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하고, 급여 지급과 협력사(벤더) 대금 결제를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WIFT 같은 레거시 국제결제망을 우회함으로써 속도와 비용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금융의 고질적 비효율을 파고드는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영역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이처럼 Fed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서도, 크립토 자금조달은 결제·토큰화·기관 인프라처럼 ‘현금흐름과 규제 적합성’에 가까운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금리와 지정학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품이 걷힌 자리에서 실사용 중심의 블록체인 사업모델이 더 선명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VC 업계의 시각이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Fed는 금리 동결과 함께 인하 지연 가능성을 시사하며 ‘긴축 장기화’ 신호를 재확인

- 통상 고금리는 유동성 축소로 크립토·스타트업 같은 위험자산 선호를 약화시키지만, 크립토 VC 자금은 예상보다 견조

- 자금의 무게중심이 ‘내러티브/단기 트레이딩’에서 ‘결제·토큰화·기관 인프라’처럼 규제 적합성과 현금흐름에 가까운 영역으로 이동

💡 전략 포인트

- 긴축 국면은 경쟁이 완화되는 ‘정화 구간’: 실행력·제품 출시 속도·규제 대응 능력이 있는 팀에 선택과 집중

- 투자 테마는 ① 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국경 간 결제/정산) ② RWA(실물자산 토큰화)·토큰화 증권 ③ 기관 대상 컴플라이언스/감사 가능한 인프라가 유리

- 빅테크·전통 금융의 참여(알리바바, 전직 은행 CEO 주도 등)는 “블록체인 레일의 제도권 채택”이 진행 중이라는 확인 신호

- 체크포인트: 금리·지정학 리스크로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 → 투자/사업은 ‘규제 리스크·유동성 설계·실사용 지표(거래/정산량)’ 중심으로 검증 필요

📘 용어정리

- 긴축(고금리): 금리를 높게 유지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통화정책 기조

- 스테이블코인: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낮춘 디지털 자산

- 결제 레일(지급결제 인프라): 송금·정산이 실제로 이동하는 기술/금융망(예: 블록체인 네트워크)

- RWA(실물자산 토큰화): 부동산·사모펀드 지분 등 실물/전통자산을 블록체인 토큰 형태로 발행·이전하는 구조

- FINRA/SEC: 미국의 증권 자율규제기구/증권 감독기관(증권형 토큰·플랫폼 규제 준수의 핵심)

💡 자주 묻는 질문 (FAQ)

Q.

금리가 높은데도 왜 크립토 스타트업 투자가 이어지나요?

고금리 환경에선 보통 위험자산 투자가 줄지만, VC들은 이런 시기를 ‘옥석 가리기(정화 구간)’로 봅니다. 자금이 마르면서 경쟁이 줄어들고, 실행력 있는 팀이 더 낮은 밸류에이션과 더 명확한 제품-시장 적합성(PMF)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에서도 닷컴버블 이후 아마존·구글처럼 침체기 생존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Q.

요즘 크립토 자금은 어떤 분야로 몰리나요?

단기 가격 상승 기대보다는 ‘실사용’과 ‘규제 적합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하는 흐름입니다. 대표적으로 (1)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경 간 결제/정산 인프라, (2) 부동산·사모펀드 등 실물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는 RWA(토큰화), (3) 기관이 요구하는 컴플라이언스·감사·정산 체계를 갖춘 인프라가 강세로 언급됩니다.

Q.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SWIFT 같은 기존 국제송금과 무엇이 다른가요?

SWIFT 기반 송금은 여러 중개은행을 거치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수료 구조가 복잡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정산을 목표로 설계할 수 있고, 특히 신흥국·다국적 지급(급여/벤더 대금)처럼 빈번한 결제에서 비용·속도 개선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기사 속 트랜스파이는 이런 방식으로 70개국에서 결제 인프라 확장을 추진한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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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