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된 화폐가 금융 혁신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은행별로 고립된 구조에 머문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씨티그룹의 디지털 자산 담당 라이언 러그(Ryan Rugg)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컨센서스’ 행사에서 “기업 고객은 단일 은행 토큰이 아니라 ‘멀티은행’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씨티 토큰’ 하나로는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러그는 현재 은행들이 추진 중인 ‘토큰화된 화폐’ 전략이 근본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각 은행이 자체 플랫폼과 토큰화 예금을 구축하고 있지만, 대부분 폐쇄적인 네트워크 안에서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러그는 “대형 고객들은 전 세계 여러 은행에 걸쳐 수백, 많게는 수천 개 계좌를 운영하고 있다”며 “급여 지급, 공급망 결제, 투자 자금 이동까지 모든 흐름이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특정 은행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토큰화 시스템’으로는 실질적인 효율 개선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이 과거 진행한 설문에서도 기업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응답은 사실상 만장일치로 ‘24시간 실시간 결제’였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서로 다른 금융기관 간 연결, 즉 ‘상호운용성’이다.
씨티그룹은 자체 토큰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300개 이상의 은행과 연결된 24시간 달러 청산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원달러환율 기준 1달러는 약 1,455.30원 수준이다. 그러나 러그는 “내부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전통 인프라와 디지털 시스템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금융권과 핀테크, 크립토 업계는 각기 다른 표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블록체인이 해결하려던 비효율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러그는 해법으로 ‘공동 인프라’를 제시했다. 특정 기관이 아닌 업계 전체가 함께 구축하는 구조다. 국제 금융 메시징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며, 토큰화 금융 역시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크다. 대형 은행들은 법적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러그는 “100% 허용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행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토큰화된 화폐가 금융 혁신의 핵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은행 간 연결’, ‘공통 표준’, ‘규제 명확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와 같은 분절 구조가 지속된다면, 기대만큼의 변화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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