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산업이 ‘위키피디아 공백’이라는 예상치 못한 약점을 드러냈다. 주요 프로젝트 상당수가 온라인 백과사전에 등재되지 않으면서 정보 접근성과 신뢰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인스토리(Chainstory)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인게코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00개 프로젝트 가운데 위키피디아 문서를 보유한 사례는 67개에 불과하다. 특히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와 레이어1 블록체인 수이(SUI)처럼 인지도와 성장성을 확보한 프로젝트조차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위키피디아의 엄격한 편집 기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초기 암호화폐 시장의 ‘잡음’과 단기성 프로젝트를 걸러내기 위해 설계된 필터가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오히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핵심 인프라까지 배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제는 노이즈 제거를 넘어, 인터넷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공 기록에서 산업 자체를 지워내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최근 정보 소비 방식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 추적 플랫폼 프로파운드(Profound)에 따르면 챗GPT가 인용하는 출처 중 7.8%가 위키피디아로, 레딧(1.8%)과 포브스(1.1%)를 크게 앞섰다.
또 다른 데이터 분석 업체 트래커(Trakkr)는 챗GPT 상위 10개 인용 링크 중 36%, 상위 100개 중 25%가 위키피디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집계했다. 위키피디아에 등재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AI 기반 정보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노출 기회를 잃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위키피디아 문서 생성은 단순하지 않다. 체인스토리는 문서 작성이 다층적인 검증 절차와 보호 정책을 거쳐야 하며, ‘저명성’, ‘검증 가능성’, ‘신뢰 가능한 출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등록 이후에도 관리자 판단이나 7일간의 커뮤니티 투표를 통해 삭제될 수 있으며, 이 결정은 번복이 불가능하다.
암호화폐 산업에 불리한 또 다른 요인은 언론 신뢰도 기준이다. 위키피디아는 코인데스크 등 주요 크립토 전문 매체를 ‘암호화폐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며 일반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로이터, 블룸버그 등 전통 매체는 신뢰 가능한 출처로 분류되지만, 디파이(DeFi)나 무기한 선물거래 같은 세부 영역을 깊이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등재 장벽’과 ‘출처 제한’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정보 노출에 제약을 받는다. 체인스토리는 “암호화폐는 위키피디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플랫폼은 실제로 통과하기 매우 어려운 ‘관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위키피디아 측은 해당 보고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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