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Sandisk)가 인공지능(AI) 추론 인프라의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문제를 겨냥한 고대역폭 플래시(HBF·High Bandwidth Flash)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 규격은 최대 512GB 용량과 약 0.4~3.0TB/s 대역폭을 지원한다.
SK하이닉스는 4일 샌디스크와 함께 HBF 첫 표준 규격을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Open Compute Project)를 통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발표는 한국시간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퓨처 오브 메모리 앤드 스토리지 2026(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 2026) 개막을 앞두고 이뤄졌다.
HBF는 초고속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이에 놓이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다. HBM 수준의 빠른 데이터 전송을 목표로 하면서 낸드 기반 구조를 활용해 용량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AI 인프라의 부담이 연산 성능에서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데이터 이동 구조로 확산되는 가운데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번 규격은 양사가 2025년 8월 HBF 표준화 협력에 나선 뒤 2026년 2월 컨소시엄을 출범한 지 약 6개월 만에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샌디스크는 2025년 8월 6일 SK하이닉스와 HBF 기술 규격 수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규격은 낸드 다이를 8단과 16단으로 쌓는 두 가지 스택 구성을 기준으로 최대 512GB 용량을 정의했다. 대역폭은 1~3등급으로 나눠 약 0.4TB/s에서 3.0TB/s까지 구현하도록 규정했다. HBF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를 연결하는 방식에는 개방형 칩렛 인터페이스 규격인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가 채택됐다.
표준에는 연결 인터페이스와 전기적 특성, HBF 다이 스택 공정의 신뢰성 및 패키징 가이드, 데이터 입출력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용 지침도 담겼다. SK하이닉스는 OCP 공개를 통해 HBF를 여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으로 발전시킬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HBF 컨소시엄에는 구글과 텐스토렌트(Tenstorrent)가 참여하고 있다. FMS 2026 일정표에는 한국시간 5일 정현 조(Junghyun Joh) SK하이닉스 테크니컬 리더의 ‘Why, What, How HBF?’ 발표가 배치됐다. 세션 소개는 HBM이 초고속 데이터 처리에 강점을 지니지만 대규모 AI 인프라에서는 용량 한계가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시간 7일에는 임의철 SK하이닉스 리서치 펠로우, 라지브 나가비라바(Rajeev Nagabhirava) 샌디스크 부사장, 샤오위 마(Xiaoyu Ma) 구글 딥마인드 시니어 스태프 엔지니어가 ‘Breaking the Memory Wall with High Bandwidth Flash’를 주제로 패널 토의에 나선다. FMS는 HBF를 휘발성 HBM과 기존 낸드 스토리지를 잇는 구조적 변화로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FMS 2026 전시 부스에서 10세대(V10) 375단 4D 낸드 웨이퍼와 제품도 처음 공개한다. 회사는 375단 4D 낸드가 이전 세대보다 전력 대비 성능을 2.5배 높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고용량 기업용 SSD(eSSD) 양산을 2027년 초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천성(Kim Chun-sung) SK하이닉스 솔루션 개발 부문장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 구조 전반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HBF를 통해 메모리와 스토리지 간 경계를 확장하고, 시스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아키텍처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HBF를 개별 제품이 아닌 AI 인프라의 계층형 메모리 구조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샌디스크는 2025년 8월 6일 보도자료에서 당시 기준 HBF 첫 샘플을 2026년 하반기에 제공하고, HBF를 적용한 첫 AI 추론 장치 샘플은 2027년 초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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