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달러 테더 피해, 주소 독살 수법 다시 확산

| 이도현 기자

한 암호화폐 이용자가 거래내역에 남은 가짜 주소를 복사해 테더(USDT) 10만 달러 초과, 약 1억4170만원 이상을 잃었다. 긴 지갑 주소를 앞뒤 일부만 확인하는 습관을 노린 주소 독살 공격으로 풀이된다.

에이엠비크립토(AMBCrypto)는 피해자가 거래내역에서 주소를 복사해 송금했고, 공격자가 약 66~69일 전부터 피해자 지갑에 유사 주소를 남겨뒀다고 전했다. 피해 자금은 유니스왑 V3에 도착한 뒤 72초 만에 이더리움(ETH)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신원, 정확한 거래 해시, 회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례는 거래내역에 남은 유사 주소를 이용한 주소 독살 유형으로, 단순 오입금보다 거래내역과 지갑 화면을 악용한 피싱에 가깝다.

주소 독살은 공격자가 실제 거래 상대 주소와 앞뒤 일부 문자가 비슷한 주소를 만들어 피해자 지갑 거래내역에 남기는 방식이다. 많은 지갑과 블록체인 탐색기는 긴 주소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앞부분과 뒷부분만 줄여 표시한다.

이용자가 과거 거래내역에서 익숙해 보이는 주소를 복사하면 중간 문자열이 다른 공격자 주소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공격자는 가치가 없거나 거의 없는 전송을 반복해 거래내역을 오염시키고, 피해자가 다음 송금 때 이를 정상 주소로 착각하기를 기다린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24년 4월 경고문에서 범죄자들이 테더 등 잘 알려진 스테이블코인을 사칭한 토큰과 유사 주소를 함께 사용한다고 밝혔다. FBI는 송금 전 전체 주소를 확인하고,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의심 주소 표시 여부를 살피라고 권고했다.

이더스캔(Etherscan)은 주소 독살이 자동화·대량화됐다고 설명했다. 정상 테더 전송 직후 몇 분 안에 13개의 독살 전송이 심어진 사례도 제시했다.

레저(Ledger)는 이 수법이 제로 밸류 트랜스퍼와 더스트 전송을 이용해 거래내역을 오염시키는 방식이라고 정리했다. 작은 전송이나 가치 없는 전송도 단순 스팸이 아니라 다음 오송금을 유도하는 미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카네기멜런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연구진은 2026년 1월 공개 글에서 2022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이더리움과 BSC에서 약 2억7000만건의 공격 시도를 집계했다고 밝혔다. 대상 지갑은 1700만명, 손실은 최소 8380만 달러(약 1188억원)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이 공격을 기술적 취약점보다 사용성 문제에 가까운 사안으로 봤다. 지갑 자체가 뚫리지 않아도 이용자가 거래내역에서 주소를 복사해 붙여넣는 순간 공격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구조는 다르지 않다. 거래소 출금, 개인 지갑 송금, 디파이 이용 과정에서 주소 전체를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방식의 오송금이 발생할 수 있다.

피해 후 대응은 제한적이다. 이더리움재단(Ethereum.org)은 블록체인 거래는 되돌릴 수 없고, 자금 복구를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하는 접근은 추가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안내했다.

남은 자산은 새 지갑으로 옮기고, 토큰 승인 권한을 철회하며, 거래소 계정 비밀번호와 2단계 인증을 점검하는 방식이 권고된다. 자주 쓰는 주소는 주소록이나 화이트리스트에 등록하고, 큰 금액을 보낼 때는 소액 테스트 전송을 먼저 하는 절차도 기본 대응으로 꼽힌다.

테더(Tether)는 2026년 4월 23일 발표에서 미국 당국과 협조해 3억4400만 달러(약 4874억원) 규모의 USDT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개별 사건에서 공격자가 동결 회피를 목적으로 테더를 이더리움으로 바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소 독살의 핵심은 속도보다 습관이다. 거래내역 복사, 주소 앞뒤 확인, 소액 테스트 생략이 한 번 겹치면 10만 달러 단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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