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의 스테이블코인 리플달러(RLUSD)가 XRP 레저(XRP Ledger·XRPL)의 권한 위임 개정안과 함께 기관용 자산 운영 논의의 중심에 섰다. 발행, 동결, 클로백, 트러스트라인 승인 같은 권한을 한 계정에 몰아두지 않고 역할별로 나눌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로런 베르타(Lauren Berta) 리플 스테이블코인 제품 책임자는 21일 X에서 “Permission Delegation은 리플달러와 XRP 레저상의 모든 규제형 토큰에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형 발행자가 컴플라이언스, 운영, 보안 등 서로 다른 팀에 좁은 범위의 권한만 맡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은 XRP 레저 서버 구현체인 xrpld 3.3.0에 포함된 PermissionDelegationV1_1 개정안이다. XRP 레저는 8월 6일 공개한 릴리스 노트에서 이 개정안이 세분화된 계정 권한 위임을 제공하고, 기존 PermissionDelegation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기존 구현에서 발견된 중대 버그를 고친 버전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원래 PermissionDelegation은 2025년 9월 15일 버그가 발견된 뒤 메인넷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채 중단됐다. 당시 버그는 한 계정이 다른 계정의 수수료 부담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였다.
권한 위임은 다중서명과 다르다. 다중서명은 거래 승인 권한을 여러 서명자에게 나누는 방식이고, 권한 위임은 특정 계정이 다른 계정을 대신해 정해진 종류의 거래만 수행하도록 허용하는 구조다. 베르타는 “하나는 승인 권한을 나누고, 다른 하나는 책임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리플달러 구조에서는 이 차이가 작지 않다. 리플 개발자 문서는 리플달러가 XRP 레저의 발행 토큰 기능을 사용하며, 사용자가 리플달러를 받거나 보유·이전하려면 발행자와 트러스트라인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트러스트라인은 발행자와 이용자 계정 사이의 신뢰 관계다.
규제형 스테이블코인에서는 고객확인, 승인, 동결, 회수 같은 절차가 운영 체계와 맞물린다. 발행자 계정 하나에 모든 권한이 몰리면 보안상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업무 계정이 너무 많아지면 통제와 감사가 어려워진다. 권한 위임은 이 간극을 줄이려는 장치로 풀이된다.
XRP 레저 문서는 권한 위임을 역할 기반 접근제어처럼 쓸 수 있는 기능으로 설명한다. 특히 고객확인 요건을 충족한 이용자를 개별 승인해야 하는 Authorized Trust Lines 같은 컴플라이언스 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적고 있다. 발행자 계정의 전체 권한을 온라인 환경에 노출하지 않고 일부 작업만 별도 계정에 맡기는 방식이다.
다만 코드 포함과 메인넷 활성화는 다른 단계다. XRP 레저의 공식 개정안 페이지는 22일 현재 PermissionDelegationV1_1 상태를 ‘Loading...’으로 표시하고 있다. 개정안이 실제 네트워크 규칙으로 작동하려면 검증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리플달러의 규모도 기준에 따라 다르게 제시된다. 리플 투명성 페이지에 따르면 2026년 8월 6일 기준 리플달러 총 유통량은 15억8,960만 달러(약 2조2,032억원), 준비금은 17억260만 달러(약 2조3,598억원)다. 일부 보도는 추적기 기준으로 19억 달러대 또는 20억 달러 돌파를 언급했지만, 공식 투명성 페이지의 기준 시점 수치와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공급량을 다룰 때는 기준 시각과 집계 주체를 함께 봐야 한다. 리플달러는 XRP 레저와 이더리움(ETH)에서 발행되는 구조여서, 체인별 추적기와 발행사 투명성 페이지의 표시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리플은 리플달러를 단순 결제용 스테이블코인보다 넓은 기관용 정산 수단으로 설명해왔다. 2025년 9월 18일 리플은 DBS,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과 리플달러 기반 거래·대출 솔루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본지도 앞서 리플달러를 기관 대출 자산으로 쓰는 신용 시장 구조가 개발 단계에 있다는 점을 전한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 논의는 가격 재료보다 인프라 관점에 가깝다. 원화 투자자가 보는 리플(XRP) 가격과 별개로, 리플달러가 기관 결제·정산·담보 절차에 쓰이려면 발행자 통제, 고객확인, 회수 권한 같은 운영 규칙이 명확해야 한다. 권한 위임 개정안은 그런 운영 책임을 체인 위에서 어떻게 나눌지 보여주는 사례다.
커뮤니티 반응은 기대와 신중론이 함께 나온다. 리플 공식 X 계정은 지난해 리플달러를 블랙록·반에크 토큰화 펀드의 상환 수단이자 컴플라이언스 교환 메커니즘으로 소개했다. 반면 XRP 커뮤니티 계정 케빈 케이지(Kevin Cage)는 X에서 리플달러를 XRP의 대체재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논의는 리플달러 가격 전망보다 XRP 레저가 규제형 자산의 운영 책임을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안이다. PermissionDelegationV1_1은 xrpld 3.3.0에 포함됐지만, 메인넷에서 실제 규칙으로 작동하려면 검증인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