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개발자들이 검증인 예치 계약을 양자내성 키 형식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초안을 제출했다. 스테이킹 방식이 즉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BLS 기반 검증인 키 체계를 장기적으로 교체하기 위한 진입부를 손보는 제안이다.
이더리움 EIPs 저장소의 PR #12235는 8월 24일 'Post-quantum-ready deposit contract'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상태는 초안(Draft)이며, 깃허브 편집자 코멘트에는 파일명을 eip-8394로 바꾸라는 제안이 달렸지만 정식 EIP 번호 채택과 발효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핵심은 검증인이 스테이킹에 참여할 때 제출하는 공개키와 서명 데이터를 고정 길이에서 가변 길이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이더리움 합의 규격은 예치 함수에서 공개키 48바이트, 서명 96바이트를 요구한다. 이 구조는 BLS12-381 형식에 맞춰져 있다.
새 초안은 향후 다른 키 형식과 메타데이터를 담을 수 있도록 예치 경로를 넓히는 데 초점을 둔다. 포스트퀀텀 서명은 통상 기존 서명보다 데이터가 커질 수 있어, 검증인 진입 단계에서 더 유연한 형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디크립트(Decrypt)는 이 초안이 키와 자격증명 메타데이터를 각각 최대 8192바이트까지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고 전했다. 또 계약 모드에는 BLS 예치를 영구 중단하는 장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약 주소, 배포 코드, 활성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더리움 공식 문서는 지분증명 전환 이후 검증인 키가 별도로 쓰이며, 검증인 공개키가 예치 데이터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검증인 키는 블록 제안과 증명에 쓰인다. 예치 계약 변경은 단순한 화면 개편이 아니라 새 검증인이 네트워크에 들어오는 입구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다.
EIP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표준과 변경 사항을 제안하는 문서다. 코어 EIP가 실제 네트워크에 적용되려면 공개 논의, 사양 확정, 클라이언트 구현,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포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PR이 초안 단계라는 점은 이 경로의 첫 부분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이번 초안이 곧바로 양자내성 스테이킹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초안은 새 키를 실어 나를 통로를 만들 뿐, 어떤 포스트퀀텀 서명 알고리즘을 쓸지 정하지 않는다. 서명 검증, 검증인 상태 표기, 중복 처리, 키 교체 방식은 별도 프로토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PR 작성자도 7251, 8282, 7002와 관련한 처리 방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접 EIP와 함께 검증인 잔고, 출금, 강제 종료, 키 관리 같은 문제를 맞물려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더리움 공식 양자내성 로드맵은 합의층 BLS 서명을 leanXMSS로 바꾸고, 더 큰 서명을 leanVM으로 압축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공식 문서는 이 일정을 확정 약속이 아닌 계획 목표로 규정하고, 핵심 포스트퀀텀 인프라 완성 목표를 약 2029년으로 적었다.
포스트퀀텀 이더리움(Post-Quantum Ethereum) 페이지도 이 전환을 여러 단계의 작업으로 설명한다. 경로는 PQ 키 레지스트리, PQ 서명 검증 프리컴파일, PQ 증명, 전체 PQ 합의로 이어진다. 이번 예치 계약 초안은 전체 전환 중 합의층 진입부를 먼저 열어두는 조각에 가깝다.
기술 커뮤니티 안에서는 표준화 리스크도 제기됐다. 이더리움 매지션스(Ethereum Magicians) 토론에서는 지갑, 앱, 계정 구현, 향후 EIP가 서로 다른 암호 인터페이스로 갈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알고리즘 선택 못지않게 구현 표준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문제를 다루는 다른 경로도 논의되고 있다. EIP-8222 '린 스테이킹(Lean Staking)' 토론은 예치와 검증인 키 노출을 분리하는 2단계 스테이킹 구조를 제시했다. 검증인 진입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개 반응은 아직 기술 커뮤니티 중심이다. 가격이나 거래량을 흔드는 즉각적 시장 반응보다, 포스트퀀텀 전환 계획과 암호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논의가 집중돼 있다. 단기 투자 재료보다 장기 프로토콜 설계 이슈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이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사안은 단기 가격 재료보다 인프라 리스크 관리 이슈에 가깝다. 이더리움이 포스트양자 보안과 암호화 설계를 로드맵 논의로 옮기고 있다는 점은 앞선 설계 논의와 맞닿아 있다. 이번 예치 계약 초안은 그 흐름 안에서 검증인 진입부를 먼저 유연하게 만들자는 제안이다.
현재 확인된 단계는 초안 제출이다. 기존 검증인 서명 체계는 즉시 대체되지 않으며, 실제 적용에는 실행층과 합의층을 함께 조정하는 포크와 별도 EIP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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