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조작형 가상자산 공격이 올해 역대 최다 수준으로 늘었다. 거래가 뜸한 토큰 가격을 단시간에 끌어올린 뒤 이를 담보로 대출금을 빼내는 방식이다.
트램랩스(TRM Labs)는 8월 31일 보고서에서 크로노스(CRO) 기반 대출 프로토콜 텍토닉(Tectonic)에서 8월 30일 약 7500만 달러(약 1026억원) 규모 익스플로잇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격자는 유동성이 낮은 텍토닉 거버넌스 토큰 토닉(TONIC) 가격을 약 20분 만에 100배가량 끌어올린 뒤, 부풀려진 담보 가치를 이용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공격은 스마트계약 코드를 직접 뚫는 방식이 아니라 가격 산정 구조를 이용했다. 대출 프로토콜은 담보 자산 가격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하는데, 거래량이 적은 토큰 가격이 짧은 시간 크게 움직이면 담보 가치가 실제 유동성보다 과대평가될 수 있다.
TRM랩스는 공격 전 일주일 동안 토닉 거래 규모가 약 30만5000달러(약 4억2000만원)였다고 밝혔다. 공격자가 이를 담보로 빌린 자산은 약 7500만 달러로, 주간 거래량의 24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대출 담보 산정에 반영된 셈이다.
크로노스 검증자들은 공격 직후 블록 생성을 중단했다. TRM랩스는 크로노스의 마지막 블록이 90907150번이며, 시각은 한국시간 8월 30일 오후 11시32분47초였다고 확인했다.
이후 검증자들은 체인을 공격 이전 상태로 되돌려 크로노스에 남아 있던 약 6870만 달러(약 941억원)를 되돌렸다. 다만 약 600만 달러(약 82억원)는 이미 유에스디코인(USDC)을 거쳐 이더리움(ETH)으로 넘어가 체인 되돌리기 범위 밖에 남았다.
체인 되돌리기는 블록체인 기록을 특정 시점 이전 상태로 되감는 조치다. 탈중앙성과 거래 확정성을 중시하는 블록체인에서는 예외적 대응으로 여겨지지만,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검증자 합의로 선택되는 경우가 있다.
가격 조작형 익스플로잇은 담보 토큰의 시장 가격과 실제 매도 가능 유동성 사이의 차이를 파고든다. 통상 대출 프로토콜은 오라클이나 거래소 가격을 참고해 담보 가치를 산정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얇은 자산은 짧은 시간에도 담보 가치가 과장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크로노스 네트워크가 텍토닉 공격 여파로 일시 중단된 사안의 후속 성격을 띤다. 당시 피해 규모는 약 7500만 달러로 추산됐고, 공격자가 약 20분 동안 토닉 가격을 100배가량 끌어올린 정황이 제기됐다.
TRM랩스 보고서는 이후 체인 되돌리기와 이더리움으로 빠져나간 금액을 구체화했다. 공격 주체는 특정되지 않았으며, 현재 확인된 증거만으로는 특정 조직명을 붙일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TRM랩스는 올해 가격 조작형 익스플로잇을 32건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유형으로는 역대 최다이며, 전체 가상자산 해킹 사건 중 가격 조작형 공격 비중은 12.5%로 집계됐다.
아리 레드보드(Ari Redbord) TRM랩스 정책책임자는 “이런 유형의 사건은 2022년에는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2건으로 역대 최다”라며 “전체 가상자산 해킹 사건 중 12.5%가 시장 조작형 취약점 공격”이라고 말했다. 코드 취약점뿐 아니라 담보 자산의 유동성과 가격 산정 방식도 보안 점검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해킹 건수가 TRM랩스 집계 기준 20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피해 양상도 코드 침해와 운영 인프라 공격을 넘어 시장 구조를 이용하는 쪽으로 넓어지고 있다. 대출 프로토콜 입장에서는 담보 인정 기준, 오라클 가격 반영 방식, 비상 중단 절차가 손실 규모를 가르는 핵심 관리 항목이 됐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유동성이 낮은 토큰을 담보로 쓰는 디파이 서비스의 구조적 위험은 직접적인 변수다. 토큰 가격이 화면상 급등하더라도 실제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담보 가치와 회수 가능 금액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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