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스디코인(USDC)의 양자내성 논의가 발행사 보안을 넘어 지갑, 브리지, 수탁사, 기반 블록체인의 전환 속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발행사가 새 서명 방식을 준비해도 이용자가 쓰는 지갑과 체인이 따라오지 않으면 약한 고리가 남는 구조다.
서클(Circle)은 8월 31일 공개한 글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계열 서명에 쓰이는 ECDSA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양자 회로 자원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서클은 공개 경쟁판 ecdsa.fail의 2026년 8월 기준 기록으로 813 논리 큐비트를 제시했다.
다만 813 논리 큐비트는 실제 공격 가능 시점을 뜻하는 일정표가 아니다. 양자 공격 회로가 더 효율화되고 있다는 지표일 뿐, 이른바 ‘Q-day’가 임박했다는 의미로 읽기는 어렵다.
서클 문서상 유에스디코인은 37개 메인넷 계약 주소로 퍼져 있다. 이더리움, 솔라나, 폴리곤, 아비트럼, 리플(XRP) 원장 등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포함된다.
USDC Bridge도 여러 EVM 체인과 지갑 연결에 의존한다. 브리지 이용자는 자기 지갑을 직접 연결하며, 서클은 이용자의 개인키에 접근할 수 없고 확정된 거래를 되돌릴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발행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갈린다. 서클은 자체 계약 관리 키와 아크(Arc) 같은 인프라를 손볼 수 있지만, 이용자 지갑의 키 교체와 수탁사의 서명 시스템, 각 체인의 거래 서명 규칙은 해당 생태계가 따로 바꿔야 한다.
유에스디코인의 양자내성은 결국 가장 늦게 움직이는 지갑이나 브리지, 체인의 수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단일 발행사의 보안 공지보다 생태계 전반의 전환 속도가 더 중요한 이유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8월 13일 FIPS 205를 확정하며 SLH-DSA를 양자내성 디지털 서명 표준으로 제시했다. NIST는 양자 취약 알고리즘을 2035년까지 표준에서 퇴출한다는 일정을 제시했고, 고위험 시스템은 그보다 앞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CDSA는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계열에서 널리 쓰이는 전자서명 방식이다. SLH-DSA는 양자컴퓨터 공격을 염두에 둔 디지털 서명 표준으로, 기존 서명 체계와 키 관리 방식의 교체를 요구한다.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도 2026년 3월 31일 공개한 글에서 256비트 타원곡선 이산로그 문제를 깨는 데 필요한 자원 추정치를 낮췄다. 연구진은 한 회로가 1,200개 미만의 논리 큐비트와 9,000만 Toffoli 게이트를, 다른 회로가 1,450개 미만의 논리 큐비트와 7,000만 Toffoli 게이트를 쓴다고 밝혔다.
구글 리서치 문서에는 물리 큐비트 50만개 미만의 슈퍼컨덕팅 양자컴퓨터에서 몇 분 안에 실행될 수 있다는 추정도 담겼다. 다만 이는 특정 조건과 오류정정 구조를 전제로 한 연구 추정치다.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수치와 공격용 논리 큐비트 수치를 같은 잣대로 읽으면 오해가 생긴다. 구글은 Willow를 105큐비트 프로세서로 소개했고, 네이처(Nature) 논문도 Willow 기반 105큐비트 프로세서와 101큐비트 거리 7 표면 코드 메모리 실험을 설명했다.
105라는 숫자는 ECDSA 공격에 바로 투입되는 105개 논리 큐비트가 아니다. 하드웨어와 오류정정 실험 맥락의 수치라는 점에서 813 논리 큐비트 기록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서클도 아크가 SLH-DSA를 지원하지만 최종 거래 서명 방식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크는 당분간 ECDSA와 양자내성 서명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운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 독자에게 이 사안의 의미는 가격보다 인프라 리스크에 있다. 유에스디코인은 거래소 입출금, 디파이, 브리지 이동, 기업 결제 인프라에서 널리 쓰인다.
813 논리 큐비트 기록은 즉각적인 붕괴 신호가 아니다. 그러나 서클, NIST, 구글 리서치의 문서를 함께 보면 지갑 SDK, 수탁 시스템, 브리지, 체인 거버넌스가 서명 체계를 점검해야 할 이유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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