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약 1조3490억원) 규모 이더리움(ETH)과 5000 비트코인(BTC)을 보유했다는 주장과 달리, 복구 전문가가 확인한 지갑 잔액은 약 10달러(약 1만3490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텔레그래프 매거진은 2021년 '러스티'라는 고객이 크립토 애셋 리커버리(Crypto Asset Recovery) 창업자 크리스 브룩스(Chris Brooks)에게 지갑 복구를 의뢰한 사례를 전했다. 러스티는 자신과 다른 두 사람이 소송에서 이겨 당시 약 5300만 달러(약 715억원) 상당의 5000 BTC와 10억 달러 상당 ETH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브룩스와 그의 아들 찰리는 의뢰를 받고 미국 조지아주로 이동했다. 러스티 일행은 매주 최대 30만 달러(약 4억470만원)를 인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여러 개의 복구 시드가 적힌 노트를 넘겼다.
두 사람은 하루 동안 지갑을 열어봤지만 발견한 것은 약 10달러어치 BTC뿐이었다. 브룩스는 해당 지갑들이 과거 실제로 러스티가 주장한 BTC와 ETH를 담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사례는 암호화폐 지갑 복구가 사라진 코인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복구 업체가 다루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지갑에 접근하기 위한 비밀번호, 시드 구문, 추가 암호구문, 손상된 파일 등이다.
접근 정보 일부가 남아 있으면 복구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애초에 자산이 없었거나 무작위로 생성된 시드를 완전히 잃어버린 경우에는 복구할 대상이 없다.
브루노 크라우스(Bruno Krauss) 리월렛(ReWallet)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는 비트코인의 BIP39 시드 구문 표준이 2048개 단어 목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대부분의 단어를 알고 일부만 잃어버렸다면 남은 경우의 수를 체계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비밀번호 복구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크라우스는 리월렛이 결함 있는 비밀번호 생성기를 역공학해 약 300만 달러(약 40억원)를 보호하던 20자 비밀번호를 복구한 사례를 언급했다.
베넷(Bennet) 비트코인 교육자는 추가 암호구문이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못된 암호구문을 입력해도 오류가 나지 않고, 정상 지갑처럼 열리면서 잔액이 0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넷은 또 "시드가 진짜 무작위이고 완전히 잃어버렸다면 비트코인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암호화폐 자기보관의 기준이 개인키 보유에서 복구 정보 관리로 넓어지고 있다는 앞선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루시엔 부르동(Lucien Bourdon) 트레저(Trezor) 비트코인 애널리스트도 지갑 백업이 사라지고 키가 담긴 지갑에 접근할 수 없다면 어떤 복구 회사도 도울 수 없다고 밝혔다. 복구가 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자기보관 구조가 흔들린다는 취지다.
복구가 항상 잃어버린 지갑을 여는 방식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블록체인으로 보낸 자산도 수신 지갑을 사용자가 통제하고 있다면 일부 복구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크립토 애셋 리커버리는 약 1500명의 의뢰를 받아 3000개 넘는 지갑 복구를 시도했고, 이 가운데 약 63%의 비밀번호를 풀었다. 브룩스는 회사가 복구한 지갑의 약 71%는 잔액이 100달러(약 13만원) 미만이었다고 설명했다.
복구 업계에는 보안 위험도 따른다. 시드 구문은 비밀번호처럼 노출 뒤 바꿀 수 있는 정보가 아니며, 필요한 백업 정보를 가진 사람은 자산을 통제할 수 있다.
부르동은 복구 업체를 고를 때 실제 고객 평가와 성공 수수료 구조를 확인하고, 자산을 되찾은 뒤 새 백업을 둔 새 지갑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 이는 복구 문구나 개인키 입력 요구가 지갑 통제권을 넘기는 행위라는 보안 경고와 같은 맥락이다.
크라우스는 왓츠앱 이동을 요구하거나 개인 이메일을 쓰는 업체, 선불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거래소 계좌 개설을 요구하는 행태를 위험 신호로 꼽았다. 브룩스는 현재 고객을 직접 만나러 가지 않고, 민감한 지갑 정보는 자동화된 에어갭 시스템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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