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거래소, 블랙록 비트코인 ETF 연동 선물 상품 출시

| 김민준 기자

러시아 최대 증권거래소인 모스크바거래소(MOEX)가 세계 25대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인 블랙록($BLK)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IBIT)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내 암호화폐 간접 투자 상품 확대의 일환으로, 규제 당국이 자격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 옵션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모스크바거래소는 지난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IBIT에 연동된 선물 상품을 자격 투자자를 대상으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오는 23일부터 투자 자격 검증 시험을 도입해 상품 접근성을 관리할 예정이다. 현재 IBIT의 운용자산(AUM)은 72억 4,000만 달러(약 10조 641억 원)로,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에 따르면 전 세계 ETF 중 25위 권에 올랐다.

이번 출시 배경에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5월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관련 투자상품 제공을 자격 투자자에 한해 허용한 결정이 있다. 이후 스베르은행을 비롯한 주요 상업은행들은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에 연동된 금융 상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다만 러시아 중앙은행은 여전히 암호화폐 직접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일반 투자자의 시장 참여는 경계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 접근 방식에 대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 테크 및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에서는 “미국에서 진짜 ETF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흉내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투자자는 텔레그램 채널 디센터(DeCenter)에서 “실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없는 복제 상품이라는 점에서 별 의미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에서 직접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모스크바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총 3,690만 명이 증권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315,000명이 투자 자격을 갖춘 개인 투자자로 확인됐다. 지난 한 달 동안 약 360만 명이 거래 활동에 참여했다.

IBIT는 지난 1월 출시된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ETF 시장의 대표 신흥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블룸버그 전문가 발추나스는 “출시 1.4년 만에 IBIT가 전 세계 상위 25대 ETF에 진입했으며, 이는 해당 리스트의 다른 상품들과 비교해 현저히 빠른 성장 속도”라고 평가했다.

이번 러시아 내 IBIT 선물 거래 개시는 글로벌 ETF 시장 내 비트코인 연동 상품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규제 환경 속에서도 암호화폐 간접 투자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