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가, 암호화폐 지분 대거 매각…규제 법안 'GENIUS' 연루 논란 확산

| 손정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자산 축소에 나서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최근 그들의 투자회사 DT Marks DeFi LLC는 암호화폐 금융사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이하 WLF)에 대한 지분을 75%에서 40%로 대폭 줄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조정은 미국 의회에서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GENIUS법’과 맞물려 정치적 이해충돌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가 관리하는 DT Marks DeFi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WLF의 최대 주주였지만, 올해 1월 WLF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소유지분은 60%로, 이후 6월 8일 이후엔 40%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매각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수백억 원대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거래 과정 및 매입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시장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한편 WLF는 이 와중에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1의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1달러 고정형 스테이블코인인 USD1은 현재 총 발행량 기준으로 5위권에 올라섰으며 시가총액은 22억 달러(약 3조 5898억 원)를 넘어섰다. 이런 급성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바이낸스에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를 투자하면서 USD1을 주요 결제수단으로 사용한 데 이어, 지난 6월 11일 트론(Tron) 블록체인에서도 첫 발행이 이뤄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트론의 창립자인 저스틴 선(Justin Sun)이 WLF에 대한 주요 투자자일 뿐 아니라, 트럼프의 이름을 딴 밈코인 ‘TRUMP’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초 TRUMP코인 보유자들을 위한 비공식 간담회에도 참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러한 연결고리로 인해 GENIUS법 상정과 관련된 이해충돌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관여하는 것은 WLF에 대한 금전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법률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원을 무난히 통과한 해당 법안도 하원에서는 표결 전 논란이 확산돼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적 권력과 암호화폐 산업 사이에서 발생한 이번 갈등은, 주요 인물의 행보와 투자 전략이 얼마나 규제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암호화폐 관련 입법에 기관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그가 추구하는 ‘탈중앙’의 명분과 실제 경제적 이해관계 사이의 간극에 대한 검증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