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에 흔들린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규제는 역사적 진전

| 손정환 기자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은 전반적인 위험 회피 분위기 속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정책적으로 중대한 진전을 이루며 주목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비트코인(BTC)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 후반 급락세를 나타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신 주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 일주일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주식 등 위험 자산을 매도하며 보다 안전한 자산군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트코인은 주 초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중동 정세 불안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며 금요일 기준 10만 3,500달러(약 1억 4,387만 원)까지 밀렸다. 이같은 ‘안전자산 선호 흐름’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ETH), 대형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낸스는 비트코인의 ‘구조적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18일까지 미국 현물 ETF 시장에서 8거래일 연속 24억 달러(약 3조 3,36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었으며, 이는 장기 투자자의 ‘저점 매수’ 움직임을 반영하는 신호라는 평가다.

이더리움 현물 ETF 역시 6억 500만 달러(약 8,410억 원)에 달하는 유입을 기록했고, 온체인 지표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스테이킹된 이더 수량은 사상 최대치인 3,490만 ETH를 넘어서며 유통량 대비 스테이킹 비중이 약 28.9%에 도달했다. 이 가운데 50만 ETH에 해당하는 물량이 6월 상반기에 추가로 스테이킹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낸스는 이에 대해 “이더리움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확신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6월 17일,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GENIUS 법안(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을 찬성 68표 대 반대 30표로 통과시켰다. 이는 연방 규제를 받는 기관만이 준비금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AML(자금세탁방지) 준수 프레임워크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입법 시도다.

다만 은행 시스템 내 위험 집중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이 법안이 향후 하원을 거쳐 최종 제정된다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제도권 금융 안으로 더 깊숙이 편입될 전망이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공급량은 지난해 말 이후 22.5% 증가해 2,500억 달러(약 347조 5,000억 원)를 넘겼고, 온체인 거래량은 20조 달러(약 2경 7,800조 원)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화폐 대체 수단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