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아담 쉬프(Adam Schiff) 상원의원이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그 가족들이 재임 중 암호화폐로 이익을 취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암호화폐를 통해 벌어들인 5,700만 달러(약 793억 원)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이 법안 제출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
공식 명칭은 '정부 관리의 수입 및 미공개 억제법(COIN·Curbing Officials’ Income and Nondisclosure Act)'으로, 대통령 및 고위 행정부 관계자, 의회 의원, 그리고 이들의 직계 가족들이 암호화폐 생태계와 관련된 수익 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밈코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스테이블코인 등 모든 종류의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거나 홍보, 직접 판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쉬프 의원은 이 법안이 “정치와 디지털 자산의 위험한 결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공개적인 암호화폐 수익 구조를 구축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행태는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공직자의 공적 판단을 사적 이익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 인사들은 1,000달러(약 139만 원) 이상의 디지털 자산 매각에 대해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최대 5년의 연방형(형벌)을 포함해 수익 몰수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 조치는 곧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행보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한 해 동안 다양한 암호화 자산 투자로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비트코인 채굴, 펀드형 ETF(상장지수펀드), 그리고 자체 토큰 발행 등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손을 뻗고 있다. 최근 그의 미디어 기업 TMTG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23억 달러 규모(약 3조 1,970억 원)의 비트코인 자산 전략과 관련된 승인도 받았다.
한편, 이상 기조와는 상반되게 쉬프 의원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암호화폐 활동에 대해 직접적인 제한을 두지 않는 'GENIUS 법안'을 지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COIN 법안을 통해 그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고, 현재 상원 내 민주당 의원 9명이 동참해 지지를 표하고 있다.
쉬프의 법안이 공화당 중심의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지만, 디지털 자산과 정치권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발의는 업계 전반에 묵직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와 권력 간 거리 두기, 그 첫 번째 실험대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