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를 상회하는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채굴 풀 중 하나인 BTC닷컴(BTC.com)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BTC닷컴의 채굴자가 바이낸스(Binance)로 전송한 비트코인 물량이 전체 채굴자 출금의 98%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단순한 편중 현상을 넘어 채굴자들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과거 BTC닷컴이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바이낸스에 보낸 시점은 대부분 단기 고점을 찍은 직후와 맞물린다고 설명했다. 이는 채굴자들이 시세 상승을 기회로 삼아 수익실현을 한 결과라는 것이다. 반대로, 최근에는 이러한 송금 흐름이 뚜렷하게 감소하면서, 채굴자들이 보유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매도 대신 보유를 선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에 영향을 끼친 사례도 있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설이 제기되며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적으로 9만 8,000달러(약 1억 3,622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해당 뉴스가 금방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빠르게 반등에 성공했다. 이번 움직임은 채굴자들이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상승 흐름을 보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다만,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온체인 수수료 수익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디지털마이닝솔루션(Digital Mining Solutions)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비트코인 수수료가 블록 보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반감기로 감소한 보상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채굴자 수익이 비트코인 시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면 해시레이트 및 해시 가격도 동시에 하락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6월 중순에는 950 EH/s까지 치솟은 이후, 최근 827 EH/s 수준으로 13% 넘게 떨어졌다. 미국 채굴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텍사스 지역의 혹서기 전력 제한도 이러한 급등락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해시레이트의 '계절성'은 앞으로 채굴자 수익성과 채굴 난이도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국, BTC닷컴의 송금 역학은 단순한 시장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채굴자들은 시장에서 가장 영리한 참여자다"는 말처럼, 그들의 선택은 현 시점의 시장 심리를 명확히 반영한다. 채굴자들의 ‘매도 자제’는 더 큰 상승장의 전조일 수 있으며, 투자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중요한 시그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