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비트코인 채굴 경쟁…최대 13개국 참여 추정

| 토큰포스트

국가 단위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진행되는 사례가 늘면서 채굴 산업이 국가 전략 자산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4일 포브스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는 최대 13개 국가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을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수치는 반에크의 ‘비트코인 체인체크(Bitcoin ChainCheck)’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됐으며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 매튜 시겔이 이를 공개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는 별도의 온체인 분석을 통해 최소 11개 국가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정부가 채굴에 참여하는 이유는 단일한 설명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잉여 에너지 수익화, 비트코인 보유 확대, 제재 회피 수단 확보 등 다양한 목적이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 국가 차원 채굴이 공개적으로 확인되거나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는 국가는 네 곳이다. 부탄, 엘살바도르, 이란,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부탄은 가장 의외의 사례로 꼽힌다. 부탄 왕실 투자기관인 드룩 홀딩 앤 인베스트먼트(Druk Holding & Investments)는 최소 2018년부터 히말라야 수력발전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수년간 조용히 운영되다가 2023년 아캄이 관련 지갑을 식별하면서 드러났다. 해당 지갑에는 약 1만2000~1만3000BTC가 보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이 약 30억 달러 수준인 국가로서는 상당한 규모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채굴을 공개적으로 추진한 사례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이후 테카파 화산 지열 발전을 활용한 채굴 시설을 구축했다. 현재 엘살바도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7517BTC이며 이 가운데 약 474BTC는 국내 채굴을 통해 확보됐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매입한 물량이다.

이란은 보다 강제적인 방식으로 채굴을 활용하고 있다. 2019년 비트코인 채굴을 합법화한 뒤 허가받은 채굴업체들이 생산한 비트코인을 중앙은행에 판매하도록 규정했다. 이란은 전 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의 약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이널리시스와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는 이를 미국 제재로 제한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우회해 달러에 준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러시아는 직접 채굴 여부가 명확하지 않지만 채굴 활동을 국가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구조를 구축했다. 2024년 제정된 법률을 통해 비트코인 채굴을 합법화하고 암호화폐 기반 국경 간 결제를 허용했다. 러시아 채굴 기업 비트리버(BitRiver)는 약 533메가와트 규모의 채굴 용량을 국가 승인 체계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국가가 채굴 활동과 연관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부다비 기반 기업과 연결된 채굴 지갑에서 약 7억 달러 상당 비트코인이 발견됐다. 미국 상장 채굴 기업 마라톤 디지털은 아부다비 국부펀드 생태계가 지원하는 기술 기업 ‘제로 투(Zero Two)’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에티오피아는 최근 가장 빠르게 채굴 산업을 확대한 국가 중 하나다. UAE 기반 채굴 기업 피닉스 그룹(Phoenix Group)이 에티오피아 국영 전력회사와 협력해 약 132메가와트 전력 용량 계약을 체결했다. 에티오피아는 2021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해시레이트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지만 2024년 4분기에는 약 1.94% 비중까지 상승했다. 저렴한 수력발전 전력이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파타고니아 지역 공기업이 남는 천연가스를 활용해 비트코인 채굴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라기보다 지방 공기업과 민간 채굴 기업이 협력하는 형태에 가깝다.

아캄 분석에는 오만과 케냐도 포함되지만 두 국가의 경우 직접적인 국가 개입 여부는 비교적 불확실하다. 일본 역시 하드웨어 기업 캐넌(Canaan)과의 협력 사례를 통해 국영 전력기업이 채굴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국가 채굴 참여 국가 수는 정확히 합의된 기준이 없다. 반에크는 13개국을, 아캄은 11개국을 제시했지만 두 기관 모두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가 직접 채굴 장비를 운영하는 경우뿐 아니라 민간 채굴을 규제 구조로 흡수하는 경우, 공기업 에너지를 민간 채굴에 공급하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자체가 중요한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5년 전만 해도 중앙은행들은 비트코인을 연구 대상 정도로만 다뤘지만 현재는 최소 11개 정부가 온체인 증거와 함께 채굴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채굴과 보유는 또 다른 문제다. 부탄과 엘살바도르는 채굴한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축적하고 있으며 이란은 채굴업체로부터 비트코인을 확보한다. 러시아는 전략적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UAE나 에티오피아 같은 신규 참여국의 경우 채굴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지 시장에 매도하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비트코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랙록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면 SEC 보고서를 통해 공개되지만 국가가 채굴해 보유하는 경우에는 공식 공시가 존재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지갑만 남을 뿐이다. 만약 여러 정부가 장기 보유 전략을 채택한다면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트코인이 잠겨 있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 구축을 지시한 행정명령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재 미국 비축분은 압수 자산 중심이지만 의회가 국내 채굴을 통한 비축 확대를 승인할 경우 참여 국가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