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추진해온 기업공개(IPO) 계획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상장 서류를 제출하며 상장 레이스에 들어섰지만, 최근 가상자산 시장 조정과 거래 위축이 이어지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크라켄은 IPO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 여건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일정 확정을 미루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안이 비공개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상장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당분간은 타이밍을 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크라켄 측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회사 대변인은 “11월에 밝힌 대로 SEC에 비공개로 서류를 제출했으며, 현재로서는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그뿐”이라고 했다.
크라켄의 속도 조절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비트코인(BTC)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이어진 크립토 시장 전반의 하락세가 자리한다. 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거래량이 줄면 거래소를 포함한 크립토 기업들의 실적 기대치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함께 흔들리기 쉽다. 그만큼 신규 상장이나 추가 자금 조달에 대한 투자자 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Payward)는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보통주 IPO 추진과 관련해 SEC에 S-1 등록신고서 초안을 비공개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점은 크라켄이 신규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약 30조 60억 원)로 평가됐다고 언급한 직후다. 당시 크라켄은 총 8억 달러(약 1조 2,002억 원)를 조달했고, 이 가운데 시타델 시큐리티즈(Citadel Securities)가 2억 달러(약 3,001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켄은 전통 금융시장의 기능을 블록체인 인프라로 옮기는 구상을 내세우며 성장 스토리를 강조해왔다.
작년에는 SEC 환경이 비교적 우호적으로 흐르면서 주요 크립토·디지털자산 기업들의 상장도 이어졌다. 서클 인터넷(Circle Internet, $CRCL), 코인데스크 모회사 불리시(Bullish, $BLSH), 제미니 스페이스 스테이션(Gemini Space Station, $GEMI) 등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한 사례로 거론된다.
피치북(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크립토 IPO는 최소 11건이 진행됐고, 공모를 통해 총 146억 달러(약 21조 9,052억 원)를 조달했다. 2024년 3억 1,000만 달러(약 4,651억 원)와 비교하면 시장 온도차가 확연하다.
다만 2026년 들어 분위기는 다시 팽팽해졌다. 올해 크립토 IPO는 섹터의 ‘신뢰 회복’과 ‘대중 자본시장 적응’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올랐지만, 현재까지 상장에 성공한 디지털자산 기업으로는 크립토 수탁사 비트고(BitGo)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고 주가는 상장 후 44% 급락했는데, 시장 변동성이 컸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모든 기업이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 블랙록(BlackRock, $BLK)과 긴밀히 협력하는 토큰화 기업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는 상장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SEC로부터 승인을 받는 즉시 IPO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시점은 2분기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도밍고(Carlos Domingo) 시큐리타이즈 창업자 겸 CEO는 코인데스크에 “시장 상황이 더 좋았던 시기에 SPAC 합병 과정에서 PIPE로 2억 2,500만 달러(약 3,376억 원)를 이미 조달했고,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토큰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이트앤드케이스(White & Case) 파트너 로라 캐서린 만(Laura Katherine Mann)은 “2025년이 디지털자산 재무(DAT)와 연계된 상장이 화두였다면, 2026년은 금융 ‘인프라’ 중심의 한 해로 전개될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 IPO 후보군이 ‘규제 준수 성숙도’, ‘반복 매출’, ‘운영 회복탄력성’ 등 전통 증시가 선호하는 지표들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편 크라켄은 올해 초 최고재무책임자(CFO) 스테파니 레머먼(Stephanie Lemmerman)을 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을 아는 두 명의 관계자는 경영진 변화가 상장 준비 과정의 재정비와 맞물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크라켄의 IPO ‘일시정지’가 상장 철회라기보다는 밸류에이션과 투자 수요가 되살아나는 구간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타이밍 조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크립토 시장이 반등해 거래량과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될 경우, 크라켄을 포함한 거래·수탁·인프라 기업들의 IPO 시장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크라켄 IPO ‘보류’는 상장 철회가 아니라, 시장 조정(가격 하락·거래량 감소) 국면에서 밸류에이션과 수요를 방어하려는 타이밍 조절로 해석됨
- 2025년 ‘크립토 IPO 붐’ 이후 2026년은 투자자 눈높이가 높아지며, 거래소·크립토 기업 전반이 상장/조달에 보수적으로 전환하는 흐름
- 반대로 시큐리타이즈처럼 ‘토큰화·인프라’ 테마는 규제 승인만 확보되면 상장을 강행할 만큼 관심이 지속되는 양극화가 나타남
💡 전략 포인트
- (투자자 관점) 2026년 IPO 성패는 ‘규제 준수 성숙도’ ‘반복 매출’ ‘운영 회복탄력성’처럼 전통 증시가 선호하는 지표를 충족하는지에 달림
- (업계 관점) 거래량 회복이 곧바로 거래소 실적 기대·밸류에이션과 연결되므로, 시장 반등 신호(위험자산 선호 회복·유동성 개선)를 IPO 재개 트리거로 주시
- (리스크 관리) 크라켄의 CFO 교체설처럼 상장 준비 국면의 내부 통제/재무 정비 이슈가 일정 지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상장 지연=악재’로 단정하기보다 원인 분해가 필요
📘 용어정리
- IPO: 기업공개. 비상장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며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
- SE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증권 발행/상장 및 공시 규제를 감독
- S-1: 미국 상장을 위한 핵심 등록신고서(재무, 사업, 리스크 등 공시)
-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기업의 가치 평가. 시장 환경과 실적 기대에 따라 크게 변동
- SPAC/PIPE: SPAC은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 방식, PIPE는 상장/합병 과정에서 기관이 사모로 투자해 자금을 대는 구조
- 토큰화(Tokenization): 주식·채권·펀드 등 실물/금융자산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유통하는 방식
Q.
크라켄은 IPO를 접은 건가요, 잠시 미룬 건가요?
기사 내용상 ‘상장 철회’라기보다 ‘일정 확정을 미루는 보류(타이밍 조절)’에 가깝습니다. SEC에 비공개로 서류를 제출해 상장 가능성은 열어두되, 시장 여건(가격·거래량·투자심리)이 개선될 때까지 속도를 늦추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Q.
암호화폐 시장 조정이 거래소 IPO에 왜 그렇게 큰 영향을 주나요?
거래소는 보통 거래량과 시장 변동성에서 수익(수수료 등)이 크게 발생합니다. 시장이 식으면 거래량이 줄어 실적 기대가 낮아지고, 그 결과 상장 시 평가받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와 공모 수요도 약해질 수 있어 IPO를 늦추는 유인이 커집니다.
Q.
2026년 크립토 IPO에서 투자자들이 특히 보는 핵심 포인트는 뭔가요?
기사에서 언급된 방향성은 ‘금융 인프라 중심’입니다. 즉, 규제 준수 수준, 안정적인 반복 매출(지속 가능한 수익구조), 운영 안정성/회복탄력성 같은 전통 증시 기준을 얼마나 충족하는지가 상장 성패를 가르는 핵심 체크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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