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정부의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과도한 의무 부과로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입법예고 단계에서 공식 의견을 내며 제도 조정을 요구했다.
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는 지난달 29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과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에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를 포함한 신고수리 사업자 27곳의 입장이 반영됐다. 업계는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세부 규정은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설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1천만 원 이상 가상자산 거래를 사실상 모두 의심거래보고 대상으로 묶는 부분이다. 의심거래보고는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 이동이 의심될 때 금융정보분석원에 알리는 제도인데, 현행 특금법은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 금융회사가 판단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안은 금액 기준을 중심으로 보고 대상을 대폭 넓혀, 업계에서는 단순히 기준을 구체화한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의무를 추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닥사는 이 안이 시행되면 5대 거래소의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지난해 6만3천408건에서 544만5천133건으로 85배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거래의 이상 징후를 골라내는 제도가 사실상 대량 자동보고 체계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고객 확인 제도도 논란이다. 현재 특금법은 사업자에게 고객의 신원을 확인할 의무를 두고 있지만, 개정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확인한 정보의 정확성까지 검증하도록 요구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업계는 하위 법령이 상위 법률에 없는 단계적 의무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는 고객확인 의무를 어길 경우 다른 금융업권보다 더 무거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꼽는다. 과태료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기존 금융권과 달리,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는 영업정지까지 가능해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업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이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는지, 해외 사업자 위험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충분히 명확한지 등을 추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11일까지 입법예고와 규정 변경 예고를 거친 뒤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통해 7월 중 확정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법률 개정으로 위임된 세부 사항은 8월 20일부터 시행되고, 나머지 시행령과 감독규정 일부는 내년 1월부터 8월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자금세탁방지 강화라는 국제적 흐름은 더 뚜렷해지고 있어 제도 보완 필요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규제 실효성과 산업 현장의 수용 가능성 사이에서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느냐가 향후 가상자산 제도 정비의 핵심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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