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1000억원 고객보호펀드, 실행안 안갯속…'구체 구조 확정 시점에 공개'

| 손정환 기자

빗썸이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내놓은 1000억원 규모 고객보호펀드가 여전히 구체화되지 못한 채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보상 재원을 약속했지만 실행 계획 부재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빗썸은 2026년 2월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연내 1000억원 고객보호펀드 상설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펀드 조성 시점, 적립 방식, 운용 기준 등 핵심 설계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빗썸은 “현재 펀드 구성을 준비 중으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있으며 고객보호펀드 조성 계획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단순 자금 예치를 넘어 사고 발생 시 즉각 구제가 가능한 실질적인 지급 프로세스와 거버넌스 체계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과정에 있다”며 “구체적인 구조가 확정되는 시점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오지급 사태 여파…신뢰 회복 장치로 등장

문제가 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내부 시스템 오류로 잘못 지급된 물량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며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 내 가격이 급락하는 ‘패닉셀’이 나타났고, 해당 시간대 거래 이용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으며 논란이 확산됐다.

빗썸은 이후 사과와 함께 ▲손실분 100% 보전 및 10% 추가 보상 ▲전 이용자 대상 보상금 지급 ▲수수료 면제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동시에 ‘투자자 피해구제전담반’을 구성해 대응 체계 개선에도 나섰다. 고객보호펀드는 이러한 후속 조치의 핵심 축으로 제시된 장치다.

“돈은 충분한데 계획은 없다” 실행력 의문

재무 여력에 대한 의문은 크지 않다. 빗썸의 자본총계는 약 7,735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 9,672억원으로 집계된다. 업계에서는 1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어떻게’다. 일시 적립인지 분할 적립인지, 별도 신탁 구조인지, 실제 사고 발생 시 어떤 기준으로 집행되는지 등 핵심 설계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징적 발표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규제·입법 논의와 맞물린 시험대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거래소의 정책을 넘어 제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지급 사태 이후 거래소 시스템 안정성과 고객자산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이상 징후를 실시간에 가깝게 감지하는 체계 도입 등을 검토 중이다.

또 2단계 가상자산 입법에서는 거래소의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투자자 보호 재원 마련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빗썸의 고객보호펀드 구조 역시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기준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기준 될까…“실행이 관건”

국내 거래소들이 일정 수준의 손해배상 재원을 운영해온 사례는 있지만, 빗썸처럼 대규모 금액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1000억원 펀드가 구체적으로 조성되고 투명하게 운영될 경우, 업계 전반의 투자자 보호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재처럼 실행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른 거래소나 정책 당국이 참고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펀드가 실제 가동되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드러난 것은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거래소 신뢰 구조의 취약성이다. 고객보호펀드는 그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됐지만, 선언을 넘어 실제 작동하는 장치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빗썸의 신뢰 회복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기준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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