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코스피 움직임에 최고 150배까지 베팅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현행 법체계 안에서 이를 직접 규제하기 어려운 한계에 놓여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KORU를 기초자산으로 한 무기한 선물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가 정해진 일반 선물과 달리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가격이 조금만 반대로 움직여도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상품은 코스피 자체가 아니라 코스피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를 다시 기초로 삼고 여기에 최대 150배 레버리지를 얹는 방식이어서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품이 등장한 배경에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수익 고민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이미 확보한 투자자와 거래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거래 수요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뜻이다. 김정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가상자산만으로는 줄어든 거래대금을 메우기 어려워지자 거래소들이 무기한 선물 같은 고수익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봤다. 심수빈 키움증권 책임연구원도 이용자가 가상자산뿐 아니라 지수·주식 연계 선물까지 한곳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되면 거래소 이탈을 줄이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비어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이나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예탁금, 증거금, 투자자 교육 같은 장치가 작동한다. 반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런 상품은 국내 제도권 밖에 있어 가격이 급변하면 강제청산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손실이 발생해도 국내에서 분쟁조정이나 제도적 구제를 받기 쉽지 않다. 금융당국도 위험성 자체는 인식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가상자산사업자들과 만나 단기 실적만 노린 고위험 상품 출시와 과도한 이벤트가 이용자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정작 해외 거래소 상품에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다. 바이낸스나 바이비트 같은 해외 대형 거래소는 국내 금융당국의 직접 인가·감독 체계 안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신고 영업이 확인되더라도 접속 차단 요청이나 수사 의뢰 정도가 가능한 현실이다. 법적 성격도 명확하지 않다. 무기한 선물은 구조상 파생상품에 가깝지만 전통적인 선물처럼 만기와 결제 시점이 뚜렷하지 않고, 이번 KORU 연계 상품은 국내 주가지수가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국내법 적용이 더 복잡한 회색지대로 분류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아직 규제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결국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의 해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 거래소가 한국용 인가 자회사를 두도록 요구하거나, 국내 인가 거래소와 중개업자를 통해 보다 낮은 레버리지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춘 대체 상품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시장 수요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무조건 바깥으로 밀어두기보다 관리 가능한 틀 안에서 흡수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와 전통 금융상품의 경계가 더 흐려질수록 규제 공백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