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멕스(BitMEX)가 오는 9월 23일 모든 운영을 종료한다. 한때 ‘무기한 선물(perpetual swap)’로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를 바꿨던 거래소의 퇴장은 크립토 시장의 세대 교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읽힌다.
23일 비트멕스는 공지를 통해 “2026년 9월 23일 04시(UTC)를 기점으로 거래소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포지션을 정리하고 자산을 인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감 시한 이후에도 자산을 남겨둘 경우 월 50달러(약 7만3,700원) 또는 연 1% 수준의 유지 수수료가 부과된다.
비트멕스의 폐쇄 결정은 시장 주도권을 잃어온 흐름의 결과다. 이 거래소는 2014년 설립 이후 무기한 선물이라는 상품을 처음 도입하며 글로벌 크립토 파생상품 시장을 사실상 창출했다. 전성기인 2019년에는 연간 거래량 1조 달러(약 1,474조 원)를 넘기며 시장 점유율 57%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더 빠르게 확장한 중앙화 거래소들과 탈중앙화 파생상품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유동성과 대형 투자자들이 이동했다. 더 다양한 상품, 깊은 호가창, 규제 부담이 적은 구조가 경쟁력을 갈랐다.
또한 최근에는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성장 책임자가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 공백도 이어졌다.
비트멕스 모회사 HDR 글로벌 트레이딩의 전략 검토 이후, 거래소는 즉시 신규 계정 등록을 중단했다.
향후 일정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8월 26일부터는 신규 포지션 개설이 전면 금지되며, 이후 남아 있는 모든 계약은 순차적으로 강제 청산된다. 거래소 측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질서 있는 종료”라고 설명했다.
자산 인출 과정도 변수다. 비트코인(BTC) 네트워크 혼잡이 발생할 경우 출금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다만 현재 준비금 증명에 따르면 고객 자산은 100% 이상 담보된 상태다.
비트멕스는 기술적 성공과 별개로 규제 리스크에도 시달렸다. 2020년 미국 당국은 자금세탁 방지(AML) 기준 미준수 혐의로 회사를 기소했고, 공동 창업자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등 주요 인물들이 잇따라 사임했다.
그럼에도 보안 측면에서는 11년간 단 한 건의 해킹이나 자산 유출 없이 운영을 이어온 점은 업계에서 드문 기록으로 평가된다.
비트멕스의 퇴장은 단순한 거래소 하나의 종료를 넘어, 크립토 파생상품 시장의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혁신을 이끌던 플랫폼이 사라지는 대신, 유동성과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신규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재편하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파생상품 거래 구조와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무기한 선물’이라는 표준을 만든 거래소의 퇴장은, 그 자체로 다음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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