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BitMEX)가 문을 닫기로 하면서, 업계가 또 한 번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 점유율이 대형 거래소에 쏠리고 규제 비용까지 높아지면서, 중형 플랫폼들이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구조조정 자문가 로산 다리아는 이번 폐쇄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중앙화 거래소 전반이 겪는 구조적 압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 5개 플랫폼이 전 세계 현물 거래량의 약 80%를 차지하면서 중소 거래소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벤 델로(Ben Delo), 새뮤얼 리드(Samuel Reed)가 설립한 비트멕스는 한때 무기한 선물(perpetual swaps) 시장을 개척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CryptoQuant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2021년 5월께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2020년 하루 10억~50억달러에 이르던 정점은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비트멕스는 지난 2023년 8월 코인게코 기준 파생상품 거래소 순위 9위까지 내려갔고, 거래 비중도 0.9%에 그쳤다. 이후 2025년에는 상위 10개 무기한 선물 거래소 명단에서도 빠졌다. 같은 기간 주요 플랫폼들의 연간 무기한 선물 거래량은 47.4% 늘어 86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비트멕스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비트멕스가 강점을 가졌던 역외 무기한 선물 상품은 이제 미국과 영국 등 규제권 내 거래소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 아래 무기한 선물형 상품을 출시했고, 칼시에는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이 승인됐다. 크라켄은 최근 인수한 비트노미얼 거래소를 통해 미국 적격 투자자 대상 무기한 선물을 내놨다.
영국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코인베이스는 이달 투자서비스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새 암호화폐 규제체제 도입을 앞두고 파생상품 사업 확대 여지를 넓혔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무규제의 속도’보다 ‘규제의 안정성’이 더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본다.
비트멕스의 폐쇄는 단순한 한 거래소의 퇴장이 아니라, 크립토 파생시장에서도 대형사 중심의 ‘집중’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규제 대응과 유동성 확보가 동시에 필요한 만큼, 앞으로 중형 거래소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