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계 해킹조직 라자루스그룹(Lazarus Group) 연계로 지목된 지갑에서 비트코인(BTC) 121.5개, 약 774만 달러(약 108억원)어치가 미확인 지갑 두 곳으로 이동했다. 신규 침해 사고로 확인된 정황은 아직 없고, 기존 탈취 자금의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금세탁 경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라자루스 연계 지갑의 BTC 이동은 온체인 추적 과정에서 포착됐다고 코인피디아는 전했다. 옮겨진 물량은 121.5 BTC다. 29일 기준 BTC가 개당 6만4000달러(약 8928만원) 안팎에서 거래된 점을 적용하면 약 774만 달러 규모다. 수신 지갑의 소유자와 이체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는 앞서 라자루스 지목 지갑에서 121.5 BTC가 이동했으나 목적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이동은 단일 거래 규모만 보면 시장 가격을 흔들 수준은 아니다. 다만 라자루스가 과거 탈취 자산을 여러 지갑으로 쪼갠 뒤 믹서, 크로스체인 브리지, 장외거래 창구 등을 거쳐 추적을 어렵게 해온 만큼 이동 방식이 더 큰 쟁점으로 꼽힌다.
◇ 규모보다 패턴이 문제다
온체인 추적업계에서는 이번 전송을 신규 침해 사고보다는 기존 탈취 자금의 재배치 또는 세탁 동선일 가능성으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미확인 지갑으로 소액이 먼저 이동한 뒤 더 큰 규모의 분산 이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BTC는 거래 기록이 공개되지만 지갑 소유자를 곧바로 특정하기 어렵고, 자금이 여러 체인과 서비스를 거치면 추적 비용과 시간이 늘어난다.
라자루스 연계 지갑의 보유 규모도 작지 않다. 아캄 인텔리전스는 지난해 3월 라자루스 연계 지갑의 BTC 보유량을 1만3441 BTC, 당시 가치로 11억 달러(약 1조5400억원) 이상으로 집계했다. 이는 테슬라($TSLA)가 보유한 1만1509 BTC를 웃도는 규모다.
◇ 올해 상반기 탈취액도 집중됐다
TRM랩스는 북한 연계 해커들이 2026년 상반기에만 6억4300만 달러(약 897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도난 자금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탈취 규모가 줄었다고 보기보다 공격 대상과 시점이 대형 사건에 집중된 흐름으로 풀이된다.
피해는 특정 시기와 사건에 몰렸다. 전체 피해액의 90% 가까운 5억7700만 달러(약 8050억원)가 4월 두 건의 디파이 공격에서 발생했다. 4월 1일 솔라나(SOL) 기반 무기한 선물 거래소 드리프트에서 2억8500만 달러(약 3975억원)가 빠져나갔고, 같은 달 말 켈프다오에서 2억9200만 달러(약 4072억원)가 유출됐다.
체이널리시스는 북한이 2025년 한 해에만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가 넘는 가상자산을 훔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5년 2월 바이비트에서 발생한 14억 달러(약 1조9500억원)대 유출이 전체 규모를 키웠다.
◇ 국내 이용자도 영향권이다
라자루스 자금 이동은 해외 해킹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거래소와 이용자에게도 닿는 사안이다. 제재 대상 지갑과 연결된 자금이 거래소로 유입되면 입금 동결, 출금 제한, 계정 심사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장외거래 자산은 특히 추적 리스크가 크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움직임이 나왔다. 본지는 앞서 북한 당국이 국영은행 자금을 빼돌린 뒤 암호화폐를 통해 세탁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군 해커들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외부 제재가 이어지고 북한 내부 체포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라자루스 연계로 지목된 자금 이동은 계속 포착되고 있다.
이번 121.5 BTC 이동의 다음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금이 믹서나 브리지로 향하는지, 거래소 입금 주소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추적 국면이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은 라자루스 지갑의 추가 이동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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