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북한 연계 해킹으로 탈취된 15억달러 규모 자산을 추적하려는 바이비트(Bybit)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바이비트에 ‘신속 증거개시’(expedited discovery)를 허용하며, 숨겨진 자금 흐름을 찾기 위한 법적 수단을 열어뒀다.
미 법원 기록이 13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바이비트는 지난 6월 18일 북한, 정찰총국, 라자루스 그룹, 그리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피고 20명을 상대로 소송을 비공개로 제기했다. 법원은 이튿날인 6월 19일 바이비트의 신속 증거개시 요청을 승인했다. 바이비트는 이 절차를 통해 자산 이동에 관여한 중간 연결고리를 식별하고, 아직 추적 가능한 일부 자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바이비트는 소장에서 일부 추적 가능한 자금이 미국 내에서 운영되거나 인프라를 두고 있는 거래소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계좌 보유자 정보, 잔고, 거래 내역 공개를 요구했고, 일부 플랫폼은 법원 명령이 있으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법원은 6월 19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피고들이 특정 추적 가능 자산을 옮기지 못하도록 임시금지명령도 내렸다. 이후 이 명령은 7월 16일 연장됐고, 7월 30일에는 예비금지명령 일부가 받아들여졌다. 다만 일부 증거와 기록은 여전히 봉인 상태다.
바이비트에 따르면 소송이 제기된 시점 기준 탈취 자산의 90.2%는 믹서, 크로스체인 브리지, 장외거래(OTC) 딜러 등을 거치며 사실상 추적 불가능해졌다. 남은 9.8%는 식별 가능한 지갑으로 추적됐고, 이 중 5.3%에 해당하는 약 7,550만달러는 동결되거나 회수된 상태다. 이는 1년여 전 벤 저우 바이비트 최고경영자가 “68.57%가 여전히 추적 가능하다”고 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추적 가능 자산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이번 해킹은 지난 2월 21일 세이 월렛(Safe Wallet) 인프라가 침해되면서 발생했다. 포렌식 조사 결과, 세이 개발자 계정의 인증 정보가 유출돼 공격자들이 클라우드 인프라에 악성 코드를 주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월 26일 이 절도를 북한 소행으로 지목했다.
바이비트는 이번 소송에서 도난 자산 반환뿐 아니라 약 15억달러의 배상금, 징벌적 손해배상, 미국의 ‘범죄조직법’(RICO)에 따른 3배 배상도 청구하고 있다. 대규모 해킹 사건의 자금 추적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이번 법원 결정은 남은 자산을 얼마나 더 회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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