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 재평가, 영국 신용시장 전염 경로 점검

| 정민석 기자

영국 중앙은행이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과열과 시장 집중도를 금융안정 위험으로 다시 지목했다. 미국 AI 주식의 재평가가 영국 주가와 신용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7월 7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S&P 500 안에서 AI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약 4분의 1에서 2026년 2분기 절반가량으로 커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AI 관련 주가가 특히 강하게 올랐고, 일부 지표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의 초점은 미국 주식시장 자체보다 충격이 옮겨가는 경로다. 영국 지수의 직접 AI 노출은 미국보다 작지만, 글로벌 주가 조정과 신용여건 악화가 영국 기업의 자금조달 조건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영란은행은 AI 기업의 향후 수익 전망을 둘러싼 재평가가 주가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고 봤다. 높은 시장 집중도와 레버리지 포지션이 겹치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 위험을 스트레스 시나리오로 수치화했다. 미국에서 AI 관련 주가 재평가가 발생하는 가정 아래 미국 주식시장이 6개 분기 동안 45% 하락하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350bp 확대되며,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2.2%포인트 낮아지는 경로를 분석했다.

이 수치는 예상치가 아니다. 영란은행이 금융시스템 회복력을 점검하기 위해 둔 가상 시나리오다. 보고서는 이 경우에도 영국 은행권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미국 국채와 영국 국채 시장도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즉각적인 시스템 위기를 선언한 문서라기보다 AI 투자 열기가 주식, 신용, 국채시장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는지 점검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가깝다. 위험의 중심은 특정 종목의 가격이 아니라 자금조달과 레버리지, 시장 집중도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AI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도 별도 위험 요인으로 다뤄졌다. 보고서는 2026년 상반기 AI 기업들이 공모채, 사모대출, 레버리지금융, 구조화금융 등 다양한 채널로 외부자금을 빠르게 끌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가 커지면서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AI 인프라 투자는 통상 장기간 대규모 자본이 묶이는 사업이어서 신용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이 문제의식은 새로 나온 것이 아니다. 영란은행은 2025년 10월 블로그에서도 AI 주식이 S&P 500 시가총액의 약 44%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JP모건 AI 주식 바스켓 30개 종목의 비중은 2022년 말 약 26%에서 2025년 10월 약 44%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2025년 10월 블로그와 2026년 7월 보고서의 수치는 기준과 표현이 다르다. 전자는 약 44%라는 수치로, 후자는 2026년 2분기 절반가량이라는 표현으로 제시됐다. 날짜와 기준을 나눠 읽어야 하는 대목이다.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영란은행 총재는 7월 14일 연설에서 AI를 차세대 범용기술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프런티어 AI의 사이버·운영 리스크가 금융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모델 테스트와 사고 복구 체계 강화를 거론했다.

로이터는 7월 7일 영란은행이 AI를 금융안정에 대한 증가하는 위협으로 봤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의 과도한 낙관, AI 기업의 차입 확대, 은행의 사이버 취약성이 함께 부각됐다는 내용이다.

암호화폐 시장과의 직접 연결고리는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다만 AI 주식 조정이 위험자산 전반의 유동성과 레버리지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도 간접적으로 살펴볼 변수다. 본지도 앞서 AI 기술 성장과 주식 수익은 별개라는 경고를 전한 바 있다.

영란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AI 성장 기대가 가격과 신용시장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그 조정이 다른 시장으로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지를 금융안정 관점에서 다뤘다. 보고서가 제시한 핵심 일정은 7월 금융안정보고서와 7월 14일 총재 연설이며, 이후 수치는 영란은행의 다음 금융안정 점검에서 다시 확인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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