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타코’ 행태가 즉흥적 변덕이 아니라 시장과 여론 압력에 반응하는 반복적 정책 운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중동 정세처럼 시장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에서 압력이 커진 뒤 정책 대응이 유연해지는 흐름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Daiwa Institute of Research)는 14일 공개한 분석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P500지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달러인덱스, 지지율을 합성해 ‘타코 지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타코는 ‘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는 뜻의 영어 표현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어로, 강경한 정책을 내놓은 뒤 시장 충격이나 여론 반발이 커지면 입장을 완화하는 패턴을 가리킨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각 변수를 Z점수로 바꾼 뒤 같은 비율로 합성했다. 주가 하락, 금리 상승, 달러 약세, 지지율 하락이 함께 나타날수록 지수는 오른다. 연구소는 지수 상승이 시장과 유권자의 불만과 스트레스 확대를 뜻하며, 지수가 정점을 찍은 뒤 정책 완화가 나타나는 사례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Z점수는 개별 데이터가 평균에서 표준편차 기준으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 방식이다. 서로 단위가 다른 주가지수, 금리, 환율, 지지율을 한 지표로 묶기 위해 쓰인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타코 지수는 특정 자산 가격을 예측하기보다 정책 압력의 방향을 비교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대표 사례는 관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 ‘해방의 날’을 계기로 대대적인 관세 인상에 나선 뒤 경기와 물가 우려가 커지자 타코 지수는 같은 달 말 0.6까지 올랐다. 이후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고율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5월 10~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중 협의를 거쳐 대중 관세가 낮아지면서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 말 지수는 약 0.2까지 내려갔다. 관세 충격에 대한 시장과 유권자의 스트레스가 한때 완화됐다는 해석이다. 다만 지수 하락은 관세 갈등이 해소됐다는 뜻이 아니라, 강경 조치가 일부 조정되며 압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7월 초 상호관세의 새 관세율이 발표되자 지수는 다시 약 0.4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관세율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10월 말 부산에서 미중 관세 합의가 이뤄지면서 지수는 11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마이너스 구간에서 움직였다. 시장과 유권자 모두 트럼프 정부의 정책 운용에 대한 부담을 덜 느낀 구간으로 해석됐다.
연준 독립성 논란도 지수에 반영됐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전 연준 의장을 향한 공격이 거세지고 연준 본부 개보수 문제가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자 올해 1월 지수는 마이너스 구간에서 플러스로 돌아서 약 0.2까지 올랐다.
이후 공화당 내부와 시장에서 우려가 나오고 트럼프 대통령이 1월 30일 케빈 워시(Kevin Warsh)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2월 말 지수는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이 시장 불안으로 번질 때 정책 대응의 수위가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동 변수는 올해 2월 이후 지수 변동의 핵심 재료로 꼽혔다.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호르무즈 해협 위기,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치자 지수는 마이너스 영역에서 약 0.4로 뛰었다. 4월 초 일시적 휴전 합의 뒤 하락했지만, 협상 난항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나오면서 5월 중순에는 0.6까지 상승했다.
중동 긴장은 원유 가격과 물가, 위험자산 심리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본지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와 관련해 경제적 붕괴와 군사 행동을 선택지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도 중동 긴장이 국제유가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구체적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함께 제기됐다.
타코 지수는 투자 판단 지표가 아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이 지수가 시장과 유권자라는 외부 압력을 비추는 거울일 뿐 트럼프 정부 내부의 정치 역학을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수는 강경 정책과 완화 사이클을 시각화하는 참고 지표로 제시됐다.
한국 시장에서도 관세, 연준 독립성, 중동 정세는 환율과 금리, 원유 가격을 거쳐 위험자산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타코 지수만으로 특정 정책 변화나 자산 가격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구소가 제시한 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압력이 어느 국면에서 높아졌는지를 사후적으로 비교하는 분석 도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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