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실적 호조가 내년 국고채 발행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클레이즈는 2027년 국고채 총발행량을 185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손범기(Son Bum Ki)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14일 발표한 '2027년 한국 예산안 전망: 횡재 세수 관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정부가 2025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한 2027년 국고채 총발행량 추정치 229조2000억원보다 43조6000억원 낮은 수준이다.
분석의 출발점은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다. 바클레이즈는 미국 AI 투자 증가로 국내 반도체 수출이 늘고,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이 법인세 등 국가 재정 수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반도체 기업의 상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한 법인세 중간예납이 8월부터 세수 증가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세수 유입 규모는 올해 약 35조원, 내년 95조원, 2028년 120조원, 2029년 60조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국고채 발행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정부의 올해 국고채 발행량 전망치는 223조원이고, 바클레이즈는 세수 증가 효과를 반영한 발행량을 218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국고채는 정부가 재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세입이 늘면 같은 지출 계획 아래에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해야 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어, 국고채 공급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도 국고채 수급 변수로 지목됐다. 정부는 추가 세수의 50%를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하고, 반도체 팹 신설과 AI 투자 집행이 본격화되는 2028년 이후로 지출 시점을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바클레이즈는 이 기금에 최대 27조5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길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세수 유입과 실제 투자 집행 사이에 2~3년 시차가 있는 만큼, 기금 여유자금이 2~3년 만기 국고채 등 국내 채권에 투자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손범기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운용이 일부 경기 반대 방향의 완충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세수를 별도 기금에 적립하면 경기 흐름에 따라 재정 지출 여력을 조절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세입 전망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박홍근(Park Hong-keun) 기획예산처 장관은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7년 국세수입이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정부 전망치 412조원보다 큰 규모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도 올해보다 10% 늘어난 800조원 안팎으로 편성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다만 국고채 발행 감소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바클레이즈는 14일 보고서에서 2028년부터 재정적자와 국고채 발행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2%에서 2028년 -3.4%, 2029년 -4.8%로 커질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44.8%, 내년 45.5%, 2028년 49.5%, 2029년 54.6%로 오를 것으로 제시됐다.
국내 채권시장은 이미 장기물 수급 부담을 확인하고 있다. 본지는 앞서 30년물과 50년물 국고채 금리가 발행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국내 금리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의 금융 여건을 살피는 보조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이번 분석에서 국고채 발행 축소가 BTC와 ETH 가격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증 출처: 연합인포맥스, 연합뉴스, KB증권,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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