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부품 가격 상승이 국내 전자업계의 상반기 원가 부담을 키웠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디스플레이·전자부품 업체의 원재료 매입액이 수조원 단위로 늘었다.
삼성전자가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원재료 매입액은 55조8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4조9039억원, 9.6% 증가한 규모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 나왔다. 생활가전, TV, 스마트폰을 맡는 DX 부문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은 41조53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4763억원, 6.3% 늘었다.
비용 증가의 핵심은 메모리였다. DX 부문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은 작년 연간 평균보다 211% 올랐고, 관련 비용은 5조426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바일용 메모리는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서 별도 품목으로 처음 분리됐다.
이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 생산에서 메모리 단가가 원가 구조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본지는 앞서 삼성전자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이 55조8338억원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원가 부담은 실적에도 반영됐다. 삼성전자 DX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원가 부담 완화와 냉난방공조(HVAC), AI 가전 성장 등 사업 체질 개선이 이익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G전자도 같은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은 LG이노텍 제외 기준 15조30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4조435억원보다 1조2656억원, 9% 증가했다.
영상기기 부품용 칩 평균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37.4% 올랐다. 생활가전 주요 원재료인 구리 평균 가격도 지난해 말보다 32.6% 상승했다. 반도체와 금속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며 완제품 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 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패널 소재와 부품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비용은 6조38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1% 늘었다.
품목별로는 디스플레이 구동과 신호 전달에 쓰이는 연성회로기판실장부품(FPCA)이 작년 대비 약 6% 비싸졌다. 강화유리용 커버 글라스 가격은 약 24% 올랐다.
반면 LG디스플레이(034220)의 원재료 매입비용은 4조3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줄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과 원가 혁신 노력이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된다.
전자부품 업계에서는 첨단 소재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LG이노텍(011070)의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가격은 9조17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2% 증가했다. 삼성전기(009150)는 같은 기간 2조1255억원에서 2조5806억원으로 21.4% 늘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 고성능 메모리와 서버용 부품 수요가 늘어난다. 통상 이런 수요 증가는 반도체 업체에는 가격 개선 요인이지만,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 업체에는 부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는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를 인용해 올해 3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보다 15~2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D램 업체들이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PC용 D램 공급을 줄인 영향으로 제시됐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공급망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전자업계의 원재료 부담은 하반기에도 수익성 변수로 남을 수 있다. 실제 제품 가격과 기업별 이익에 반영되는 폭은 제품 구성, 재고 소진 시점, 원가 대응 여력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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