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지표가 둔화했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선호 회복은 제한됐다. 매수세는 비트코인(BTC)에 상대적으로 집중됐고,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알트코인으로 확산되는 흐름은 뚜렷하지 않았다.
쟁글은 16일 공개된 리서치 보고서에서 이번 주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미국 물가 둔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꼽았다. 물가 지표가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나왔지만, 시장은 연준의 실제 금리 경로를 더 확인하려는 모습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4% 올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도 둔화 신호를 보였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 4.7% 상승했다. 최종 수요 재화 가격은 0.7% 내렸고 서비스 가격은 0.2% 올랐다.
CPI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PPI는 생산자가 받는 판매가격 변화를 나타내며, 향후 소비자물가 압력을 가늠하는 선행 성격의 지표로 쓰인다.
물가 지표가 둔화됐더라도 상승률은 여전히 연준의 장기 목표인 2%를 웃돈다. 이 때문에 물가 둔화가 곧바로 위험자산 전반의 강한 매수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본지는 미국 7월 CPI 둔화에도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가 수치가 낮아졌다는 사실과 연준이 금리 판단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함께 반영된 흐름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신중론이 BTC 중심 흐름으로 나타났다. 쟁글은 물가 지표 발표 이후 금리 상승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매수세가 BTC에 상대적으로 집중됐고, ETH 등 주요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번지는 알트코인 순환매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알트코인 순환매는 BTC에 먼저 몰린 유동성이 ETH와 중소형 토큰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뜻한다. 통상 위험선호가 강해질수록 더 넓은 자산군으로 매수세가 확산되지만, 이번 국면에서는 그런 확산이 제한됐다는 의미다.
중동 정세와 유가도 변수로 남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이어지면서 상업 선박 운항은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했고, 유조선 통과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미국 원유 재고 증가와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겹치며 유가는 하락했다. WTI 9월물은 81.25달러, 브렌트유는 87.07달러까지 낮아졌다.
유가 하락은 물가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공격 보도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유가의 위험 프리미엄으로 거론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금리 경로와 유가 변수가 함께 반영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통화정책 기대에 민감하게 움직이지만, 에너지 가격이 다시 물가 부담으로 연결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가 제약될 수 있다.
김준성 쟁글 연구원은 리서치 보고서에서 "이번 주 가상자산 약세는 물가 지표 자체의 충격보다 물가 둔화가 곧바로 강한 완화 기대와 위험선호 확대로 연결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물가 지표가 호재로만 해석되지 않고 금리 경로 확인 심리와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다음 주 공개될 7월 FOMC 의사록과 호르무즈 해협 관련 유가 흐름이 금리 경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지가 비트코인 반등의 지속성과 알트코인 순환매 재개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7월 FOMC 의사록을 한국시간 8월 20일 오전 3시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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