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 장비를 넘어 금융 담보 자산으로 다뤄지고 있다. 엔비디아($NVDA) GPU를 기초로 한 대출·리스·증권화 구조가 월가 자금 조달의 새 실험대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가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브룩필드(Brookfield),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KKR 등 6개 금융사와 AI 인프라 전용 자금 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규모는 5000억 달러(약 707조5000억원) 이상으로 제시됐다.
핵심은 GPU의 잔존가치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칩을 사거나 빌려 AI 모델 학습·추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사는 장비와 장기 사용 계약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근거로 자금을 댄다. 부동산·항공기·차량 금융과 닮았지만 AI 칩은 세대교체가 빠르다는 점이 다르다.
본지는 앞서 엔비디아 칩 담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대목을 짚었다. 당시 쟁점도 같았다. AI 칩이 시간이 지나도 현금 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금융사가 잔존가치 하락을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이미 비슷한 거래는 진행됐다. 아폴로는 1월 발표문에서 밸러 컴퓨트 인프라스트럭처(Valor Compute Infrastructure)가 xAI 자회사에 엔비디아 GB200 GPU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컴퓨트 인프라를 임대하는 54억 달러(약 7조6410억원) 거래에 35억 달러(약 4조9525억원) 규모 자금 솔루션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거래는 AI 인프라 금융이 단순 장비 대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사가 보는 것은 GPU 한 대의 중고 가격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고객, 임대 계약, 장기 사용 수요가 함께 만드는 현금흐름이다.
브로드컴($AVGO)도 6월 아폴로, 블랙스톤과 AI XPV 플랫폼을 세웠다. 브로드컴은 해당 플랫폼이 2028년까지 20GW 이상 컴퓨트 용량을 가능하게 하도록 설계됐고, 첫 거래는 350억 달러(약 49조525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이 구조는 칩 자체보다 장기 컴퓨트 수요와 계약 현금흐름에 더 무게를 둔다.
AI 인프라 금융은 통상 선투자 부담이 큰 산업 구조에서 나온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GPU와 서버, 전력, 냉각 설비를 먼저 확보해야 하고 매출은 장기 임대나 사용 계약을 통해 나중에 들어온다. 금융사는 이 시간 차이를 메우는 대신 담보 가치와 계약 안정성을 따진다.
크립토 시장과 맞닿은 지점도 있다. 포럼마켓은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엔비디아 AI 칩 구매·배치에 필요한 단기 브리지론에 자금을 투입하고, 해당 대출을 이더리움 기반 디지털자산 플랫폼에서 토큰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거래의 약정 가능 규모는 2500만~5000만 달러(약 354억~708억원)로 제시됐다.
브리지론은 장기 자금 조달이 확정되기 전까지 쓰는 단기 대출이다. 토큰화는 대출채권이나 담보권 같은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으로 표시해 이전과 결제를 쉽게 하려는 구조다. 이 경우 AI 칩 금융과 온체인 자본시장이 같은 거래 안에서 만난다.
담보 금융의 논리는 암호자산 담보대출과도 닮았다. 담보 가치가 내려가면 추가 담보 요구나 청산 위험이 커진다. 본지는 앞서 비트코인 담보대출에서 담보비율과 청산 기준이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고 전했다.
GPU 금융도 담보가 장비라는 점만 다를 뿐, 가치 산정과 처분 가능성이 대출 조건을 좌우한다. 비트코인은 시장 가격 변동성이 핵심 위험이고, GPU는 감가상각과 신제품 전환 속도가 핵심 위험이다.
긍정론은 엔비디아 GPU가 AI 서비스 매출을 만드는 핵심 설비이고 임대 시장에서 재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본다. 반대론은 칩 가격 하락, 신제품 전환, AI 수요 둔화가 겹치면 담보 가치와 현금흐름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시장과도 연결된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는 엔비디아 공급망, AI 데이터센터, 토큰화 담보 시장을 각각 별도 테마로 봐 왔지만 이번 구조에서는 세 영역이 하나의 자금 조달 흐름으로 묶인다. 다만 개별 종목의 수혜나 가격 방향은 이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엔비디아와 금융사들의 구상은 아직 최종 계약 단계로 정리되지 않았다. GPU가 금융 담보로 자리 잡을지는 칩의 중고 가치, 장기 임대 수요,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계약 이행 능력으로 판가름된다.
검증에 사용한 원출처: 파이낸셜타임스, 아폴로 발표문, 브로드컴·아폴로 발표문, SEC 제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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