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2025년 말 전 세계 중앙은행 공식 준비자산에서 미국 국채 비중을 넘어섰다. 달러 체계가 곧바로 흔들렸다는 뜻은 아니지만, 지정학 긴장과 자산 다변화가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운용 기준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6년 6월 공개한 '유로의 국제적 역할' 보고서에서 2025년 말 기준 공식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이 27%로 미국 국채 22%, 유로 15%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금이 미국 국채를 앞선 것은 중앙은행 준비자산 논의에서 상징성이 크다.
미국 국채는 그동안 높은 유동성과 신용도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해왔다.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안정과 대외 지급 능력 유지를 위해 금, 외화, 미국 국채, 특별인출권 등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한다.
다만 유럽중앙은행은 이번 변화를 중앙은행의 대규모 실물 매입만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2025년 금값 상승이 비중 확대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짚었다.
2023년 말 금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 효과를 제거하면 금과 유로 비중은 각각 16%로 같았다. 같은 기준에서 미국 국채 비중은 26%로 여전히 더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6년 1분기 외환보유액 통계에서 같은 점을 강조했다. IMF는 2025년 금이 공식 준비자산 비중에서 미국 국채를 넘어섰지만, 이는 거의 전적으로 금 가격 평가 효과에서 비롯됐고 외환보유액 내 달러 비중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2026년 1분기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13조1000억 달러(약 1경8537조원)였다. 달러 보유 비중은 57.13%로 전 분기 56.42%보다 높아졌다.
중앙은행의 태도 변화는 설문에서도 나타났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는 2026년 중앙은행 금 보유 설문에서 응답자의 89%가 향후 12개월 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자국 기관의 금 보유를 늘릴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45%였다. 세계금협회는 해당 조사가 2026년 2월 5일부터 5월 19일까지 중앙은행 76곳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응답 대부분은 중동 분쟁이 시작된 뒤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세계금협회 설문에서 중앙은행들이 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위기 시 성과 90%, 장기 가치 저장 84%, 포트폴리오 다변화 82%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4%는 앞으로 5년 동안 전 세계 준비자산 내 달러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봤고, 83%는 금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쇼카이 판(Shaokai Fan) 세계금협회 글로벌 중앙은행·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중앙은행 수요가 상승 궤도에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이 금을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정학 불확실성과 준비자산 다변화 환경에서 전략적 배분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흐름은 단순한 금 시장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투자자는 달러, 미국 국채 금리, 위험자산 심리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중앙은행 준비자산에서 금과 미국 국채의 상대 비중이 바뀌는 현상은 달러 유동성과 안전자산 선호를 읽는 배경 지표가 된다. 앞서 본지는 디지털자산이 미 국채와 직접 경쟁하는 자산은 아니지만 미 국채 금리와 달러 유동성의 간접 영향권에 놓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은행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본지는 앞서 한국은행의 금 ETF 보유 공시가 실물 금 매입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의 금 관련 자산 확대가 곧바로 장기 자산배분 전환을 뜻하는지는 보유 방식과 공시, 공식 설명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달러 체계 약화 단정이 아니라 금 가격 상승, 지정학 위험, 준비자산 다변화가 같은 시기에 겹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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