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가 인공지능(AI)을 하나의 포괄 법안으로 묶지 않고 정치광고, 보험, 데이터센터, 미성년자 보호 등 사용처별 규제로 나눠 다루고 있다. 빅테크와 주정부의 충돌도 규제 찬반보다 누가 규칙을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는 2025년 12월 4일 AI 시민권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부모 통제, 소비자 보호, 개인의 이름·이미지·초상권 무단 사용 제한, 회사 챗봇 고지, 보험 청구에서 AI 단독 결정 제한, 중국산 AI 도구 사용 금지 등이 담겼다.
다만 이 구상이 포괄 입법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 2026년 플로리다 입법 과정에서 넓은 범위의 AI 시민권 법안은 위원회 단계에 머물렀고, 실제 법제화는 사안별로 진행됐다. 플로리다가 AI 자체를 한 번에 묶어 규제하기보다 사용처와 기반시설을 나눠 통제하는 흐름을 보인 셈이다.
가장 먼저 시행된 축은 정치광고다. 플로리다 선거법은 2024년 7월 1일부터 생성형 AI로 만든 정치광고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장면을 보여주고 후보에게 해를 끼치거나 투표 이슈에서 유권자를 속이려 한 경우 고지문을 붙이도록 했다. 위반하면 1급 경범죄가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규제는 법으로 확정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6년 5월 7일 SB 484에 서명했다. 이 법은 대형 데이터센터와 대형 전력 사용자가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일반 전기요금 가입자에게 비용과 위험이 전가되는 것을 막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정부의 토지 이용·개발 규제 권한도 유지했다.
표결 수치도 바로잡아야 한다. 플로리다 상원 공식 요약은 SB 484가 상원 31대 6, 하원 92대 16으로 통과됐다고 적었다. 일부 보도에서 나온 '만장일치'와는 다르다.
AI 규제는 모델의 위험성만 다루는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망, 물 사용, 토지 이용, 지역 인허가와 맞물리고, 정치광고는 선거법과 표현 규제, 보험은 소비자 보호와 업권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같은 AI라도 적용되는 법적 트랙이 달라지는 이유다.
업계의 대응은 단순한 반대보다 정교하다. 테크넷(TechNet)은 2025년 50개 주와 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에서 808건의 법안을 다뤘고, 자사 정책 입장이 87% 관철됐다고 밝혔다. 같은 자료에서 AI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에너지, 온라인 시장, 자율주행 등과 함께 주요 정책 참여 분야로 제시됐다.
테크넷은 별도 AI 정책 문서에서 연방 차원의 일관된 위험 기반 규제와 주별 중복 규정 회피를 요구했다. 주정부별 규칙이 늘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 설계, 준법 감시, 책임 범위가 지역마다 달라질 수 있다. 미국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플로리다 논쟁을 단순 지역 이슈로 보지 않는 이유다.
보험 분야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더블유엘알엔(WLRN)은 2025년 10월 8일 플로리다 하원 보험·은행 소위원회 논의를 전하며 보험업계가 기존 플로리다 보험법으로도 AI 사용을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고 보도했다. 폴 마틴(Paul Martin) 전미상호보험협회 주정부 담당 부회장은 "보험회사의 결정이나 행위는 사람이 했든 AI 플랫폼이 했든 모두 플로리다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자럿 캐틀린(Jarrett Catlin) 테크넷 관계자는 포괄적 패키지보다 사안별 입법이 낫다는 취지로 말했다. 업계가 규제 공백을 모두 부정하기보다 범위가 넓은 법안보다 좁은 법안을 선호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국 흐름도 플로리다 논쟁을 키운다. 전미주의회협의회(NCSL)는 2025년 모든 주와 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가 AI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38개 주가 약 100건을 채택 또는 제정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사례는 미국 AI 규제가 연방 단일 기준으로 갈지, 주별 패치워크로 남을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됐다.
한국 기업에는 두 지점이 걸린다. 하나는 AI 서비스가 정치광고, 보험, 미성년자 보호처럼 산업별 규제로 쪼개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물·지역 인허가 규제로 함께 묶인다는 점이다. 본지는 앞서 AI 인프라 금융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장부 밖 부채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플로리다 논쟁이 국내 AI·클라우드·반도체 기업의 직접 매출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미국 주별 규제가 늘면 글로벌 서비스 사업자는 지역별 약관, 광고 심사, 보험·소비자 대응, 데이터센터 입지 전략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
플로리다의 포괄 AI 시민권 법안은 위원회 단계에 머물렀지만 정치광고 고지와 데이터센터 비용 전가 차단은 이미 제도화됐다. 다음 단계는 보험, 챗봇, 미성년자 보호 같은 개별 쟁점이 별도 법안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검증 출처: 플로리다 주지사실, 플로리다 상원, 플로리다 선거법, NCSL, TechNet, WL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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