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금융(DeFi) 대출에서 개별 자산을 골라 운용하는 '큐레이션 볼트' 시장 자금이 90억 달러(약 12조7350억원)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4분의 3이 넘는 자금을 단 세 곳의 큐레이터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17일 스테이크하우스파이낸셜(Steakhouse Financial), 센토라(Sentora), 건틀렛(Gauntlet) 세 곳이 추적 대상 큐레이션 볼트 총예치자산(TVL)의 75.9%를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큐레이션 볼트는 큐레이터로 불리는 운용사가 담보자산 구성과 금리모델, 위험 한도를 설계해 대출 풀을 관리하는 디파이 상품이다. 예치자는 개별 대출을 직접 고르는 대신 큐레이터가 짠 전략을 따라 수익을 얻으며, 일반 예치형 렌딩풀보다 담보 선정과 노출 한도가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7월 기준 스테이크하우스파이낸셜이 20억3000만 달러(약 2조8720억원)로 1위였다. 센토라가 19억7000만 달러(약 2조7876억원)로 뒤를 이었고 건틀렛이 14억6000만 달러(약 2조659억원)로 3위를 기록했다. 세 곳의 합산 자금은 54억6000만 달러(약 7조7259억원)에 달했다.
추적 대상 큐레이터는 55곳이었지만 상위 10곳이 전체 TVL의 89.1%를 차지했다. 1억 달러(약 1415억원)를 넘긴 곳은 10곳에 그쳤다. 검증된 운용 실적을 갖춘 소수 큐레이터로 자금이 쏠리는 구조가 뚜렷하다.
큐레이션 볼트 시장은 1년 새 51% 성장했다. 같은 기간 디파이 대출 시장 전체가 약 36% 위축된 것과 대비된다. 디파이 대출 시장에서 예치금과 차입 잔액이 줄어드는 동안 위험 관리자가 자금을 배분하는 큐레이션 볼트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흐름도 앞서 지적된 바 있다.
7월 기준 큐레이션 볼트 총TVL은 71억8000만 달러(약 10조1597억원)였고, 8월 중순 들어 90억 달러에 근접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도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진 셈이다.
체인별로는 이더리움(ETH)이 48%로 가장 많은 볼트 자금을 유치했다. 베이스(Base)가 22.5%로 뒤를 이어 관리형 디파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는 흐름과 맞물렸다. 두 네트워크가 리스크 큐레이터 생태계와 유동성 기반을 가장 폭넓게 갖춘 곳으로 꼽힌다.
자산 구성에서는 유에스디코인(USDC)이 상위 10개 큐레이터 보유 자산의 43.8%인 28억1000만 달러(약 3조9762억원)를 차지해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변동성이 낮은 자산을 담보로 삼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큐레이터의 운용 성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담보자산이 가격 변동에 덜 흔들릴수록 청산 위험과 금리모델 설계 부담도 줄어든다.
크립토브리핑은 디파이 업계 일각에서 90억 달러 규모 큐레이션 볼트 시장을 수조 달러 규모 전통 금융의 부채담보부증권(CLO) 시장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CLO는 여러 대출채권을 묶어 위험도별로 나눠 발행하는 전통 금융 상품으로, 개별 큐레이터가 다양한 담보 자산을 묶어 위험을 분산 관리하는 큐레이션 볼트의 구조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소수 대형 큐레이터로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는 예치자에게는 검증된 운용 실적을 따르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특정 큐레이터의 위험 관리 실패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내에서는 큐레이션 볼트만 별도로 집계한 통계가 아직 없다. 다만 유에스디코인(USDC) 등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위험을 분산하는 디파이 운용 구조는 국내 투자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센토라는 8월 초 모르포(Morpho) 프로토콜에 신규 볼트를 출시하며 상품군을 넓혔다. 최근 30일 수익 창출 규모에서는 센토라가 주요 큐레이터 가운데 선두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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