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람코가 8월 중순 걸프 연안 항만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 선적을 다시 늘렸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선적 재개는 공급망 복원의 신호로 볼 수 있으나 통항 횟수와 항로 분산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오일프라이스(Oilprice)는 8월 12~16일 라스 타누라와 주아이마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 세 척이 각각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홍해 얀부와 이집트 시디케리르 등 우회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걸프 항로를 일부 다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케이플러(Kpler)는 7월 23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하루 통과 횟수가 전쟁 전 약 45회에서 약 13회로 줄었다고 밝혔다. 감소폭은 약 70%다.
항로 쏠림도 이어졌다. 케이플러는 7월 15~22일 통항 선박의 약 90%가 이란 경로를 이용했고 오만 경로는 약 10%에 그쳤다고 집계했다. 선박 수가 줄어든 데다 남은 통항도 특정 경로에 몰린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병목이다. 해협 통항이 흔들리면 원유 가격뿐 아니라 해상 보험료, 운임, 항만 접근성, 도착지 추적의 정확도까지 영향을 받는다.
‘다크’ 운항도 시장이 보는 위험 요인이다. 다크 운항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꺼지거나 추적이 끊기는 상태를 뜻한다. 그 자체로 불법 운항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보험료와 제재 리스크를 판단하는 시장에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신호가 된다.
케이플러는 통항 감소와 함께 비표준 항로 사용과 다크 운항이 늘었다고 봤다. AIS 공백이 길어지면 실제 통항 감소인지, 우회 운항인지, 위치 보고 지연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제로헤지(ZeroHedge)는 사우디가 오만 인근 소하르 등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원유를 제안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대목은 공개 접근 가능한 교차 보도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사화할 수 있는 핵심은 오만 근해 판매가 아니라 사우디의 제한적 선적 재개와 호르무즈 통항의 불완전한 회복이다.
이번 흐름은 본지가 앞서 전한 호르무즈 통항 경로 합의가 전면 재개로 이어지려면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보도와 맞닿아 있다. 사우디가 일부 선박을 걸프 항만으로 다시 들여보냈지만, 통항 횟수와 항로 분산은 아직 전쟁 전 수준과 거리가 있다.
더내셔널(The National)은 8월 6일 매튜 라이트(Matthew Wright) 케이플러 해상운임 책임자가 60일 재개 틀을 두고 “문제를 뒤로 미룬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항로 통제권과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임시 합의만으로 물류 정상화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회로에도 제약은 남아 있다. 사우디는 얀부와 시디케리르 등 홍해·지중해 경로를 활용할 수 있지만, 후티 위협과 높은 운임 부담이 이어지면 완전한 대체 항로로 기능하기 어렵다.
유가도 이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19일 시장 보도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91달러 안팎,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5달러 안팎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통행 차질, 이란과 미국의 긴장, 해상 공격 우려가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국내 시장과도 연결된다. 한국 정유사와 수입업체에는 사우디의 선적 재개 여부보다 실제 호르무즈 통항 횟수, 보험료, 우회 운임이 더 직접적인 변수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항로 불안이 도입 비용과 물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국제유가와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준 흐름을 전한 바 있다. 이번 사안도 핵협상 자체보다 통항 조건, 제재, 해상 안전 문제가 함께 얽힌 물류 문제로 읽힌다.
사우디의 걸프 항만 선적 재개는 원유 수송망이 일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다만 케이플러 집계상 호르무즈 통항은 여전히 전쟁 전보다 약 70% 적고, 항로도 이란 경로에 집중돼 있다.
검증에 사용한 출처: 케이플러 호르무즈 통항 보고서 (kpler.com), 더내셔널 보도 (thenationalnews.com), 제로헤지 원문 (zerohedge.com), 월스트리트저널 시장 보도 (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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