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의 갈등 고조 여파로 나흘 연속 상승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모두 7월 24일 이후 최고치로 거래를 마쳤다.
19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1.62달러로 전장보다 0.66% 올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5.83달러로 1.05% 상승했다.
유가 상승의 직접 배경은 중동 지정학 위험이다. UAE는 자국 영토를 향한 탄도미사일 발사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모든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걸프 지역 이웃 국가들을 향해 미국의 대이란 공격을 지원할 경우 미군의 군사 행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겠다고 경고했다. UAE의 거래 단절 조치와 이란의 경고가 맞물리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본지는 앞서 이란이 UAE와의 갈등 속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당시 보도에서는 이란이 UAE를 향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중동 물류와 금융 통로를 둘러싼 긴장이 커졌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도 가격에 반영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 지역 충돌이 확대되면 원유 운송과 보험료, 정제 제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유 시장은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기 전에도 지정학 위험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해상 운송 차질 가능성이 커지면 선박 운항 비용과 보험료가 먼저 움직이고, 이는 정제 제품 가격에도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 상승도 수급 부담을 키웠다. 멕시코만을 중심으로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이 2019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원유와 정제 상품 가격을 함께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시설 가동률은 정제업체가 설비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가동률이 높아지면 원유 투입 수요가 늘고, 휘발유·경유 등 정제 제품의 가격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Arne Lohmann Rasmussen)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UAE와 이란 간의 갈등 고조와 공급 차질 장기화 시나리오가 맞물려 유가와 정제 상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물리적 차질보다 먼저 위험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한 셈이다.
이번 흐름은 한국 시장에도 수입물가 경로로 닿는다. 원유 가격은 시차를 두고 석유 제품과 중간재 가격에 반영되고, 이는 기업 비용과 소비자물가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7월 수입물가가 원화 강세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전월보다 1.0%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수입물가 부담을 낮췄던 요인도 약해질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 위험을 함께 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BTC) 등 위험자산은 금리, 달러, 유동성 기대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만큼 유가 상승이 물가 전망을 자극할 경우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번 유가 상승이 BTC 등 암호화폐 가격에 미친 직접 영향은 확인된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날 확인된 핵심 변화는 중동 긴장 고조 이후 브렌트유와 WTI가 나흘 연속 오르며 7월 24일 이후 최고치로 마감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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