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0년물 발행 비중이 올해 상반기 25.61%로 주요국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초장기물 수급 부담이 채권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연합인포맥스는 21일 올해 상반기 한국의 국채 발행 중 10년물 비중은 17.05%, 30년물 비중은 25.61%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0년물과 30년물 비중이 각각 10.88%, 6.24%였고, 독일의 30년물 비중은 8.93%였다. 독일의 10년물 비중은 25.30%로 한국과 반대 구조를 보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30년물 발행 비중은 크고 10년 발행 비중은 적다"고 말했다. 한국 초장기물 부담이 단순한 금리 문제가 아니라 만기별 공급 구조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일본도 한국보다 30년물 비중이 낮다. 일본 재무성의 2026 회계연도 발행계획에서 시장 발행분 174조8000억엔 가운데 30년물은 7조2000억엔으로 4.1%였다. 일본은 30년물을 전년보다 1조5000억엔 줄이고, 20년·30년·40년 등 초장기물을 매월 균등하게 감액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초장기 국고채는 통상 20년 이상 만기의 국고채를 뜻한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커지고, 보험사와 연기금처럼 장기 부채나 장기 운용 자금을 가진 투자자의 수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한국의 30년물 비중이 높아진 배경에는 보험사 수요가 있다. 보험사는 장기 부채를 헤지하기 위해 만기가 긴 자산을 필요로 해왔고, 정부도 이 수요에 맞춰 초장기 국고채 발행을 늘려왔다.
그러나 보험사 매수 여력이 약해지면서 발행 비중과 실제 소화 능력 사이의 차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수준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장기 투자자의 수요, 국고채 입찰 물량, 만기별 발행 배분이 함께 맞물린 구조라는 평가다.
이 부담은 금리에도 반영됐다. 본지는 앞서 30년물과 50년물 국고채 금리가 발행 후 최고치를 경신한 흐름을 전하며 초장기물 수급 부담을 주요 요인으로 짚었다. 초장기물은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의 수요, 국고채 입찰 물량, 외국인 국채선물 매매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올해 1~8월 국고채 30년물과 50년물 발행액은 합쳐 39조원이었다. 월별 발행액은 1~5월 5조원 안팎을 유지하다가 6월 3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7월에는 3조9000억원, 8월에는 3조6000억원으로 20%대 중반 비중을 이어갔다.
연합인포맥스는 씨티가 정부의 추가 세수 활용으로 올해 발행량이 10조원가량 줄고, 내년 총발행량이 198조원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씨티는 2016년과 2018년, 2022년에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면서 계획보다 약 9조원가량 발행을 줄인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바클레이즈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법인세 수입 증가를 근거로 내년 총발행량을 185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5년 중기재정계획상 전망치인 229조2000억원보다 낮은 수치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총지출액을 820조원으로 가정하면 국고채 총발행량이 217조4000억원으로 올해 225조원보다 약 8조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만기별로는 국고 2~3년 2조7000억원, 5~10년 5조1000억원, 20년 이상 8조4000억원의 감소분을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총발행량 자체보다 만기별 배분이 더 직접적인 쟁점으로 읽힌다. 총지출 규모가 같더라도 단기물과 중기물, 초장기물 중 어느 구간에 발행 부담이 몰리느냐에 따라 수익률 곡선과 장기금리의 압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앞서 정부가 초장기 국고채 금리 상승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는 점을 전했다. 다만 발행 축소나 비중 조정은 정부가 별도로 확정해 발표해야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
채권시장의 쟁점은 30년물 비중을 주요국 수준으로 맞추느냐보다 국내 장기 투자자 수요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 낮추느냐다. 다음 관문은 이달 말 공개될 내년도 예산안과 국고채 발행 한도, 만기별 발행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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