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0년물 수급 불안이 초장기물 발행 조정 논의로 번졌다. 보험사와 기금 등 장기 투자자의 매수세가 7월 급감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30년물 등 초장기물 발행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지난 19일 열린 장기투자자협의회에서 초장기물 발행 비중 축소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7월 말 국고채 전문딜러(PD) 협의회에서 장기물 발행 비중이 가이던스 35%±5%의 하단인 30%를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급 부담은 금리 급등과 맞물렸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18일 4.750%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상승 폭은 150bp에 달했다. bp는 금리 변동 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서 ‘보험+기금’으로 분류되는 매수 주체의 국고채 30년 지표물 26-2호 순매수는 7월 4000억원에 그쳤다. 1월 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2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6월까지는 매달 2조원 초중반대 매수가 이어졌다. 8월 들어 전체 국채 순매수는 1조7000억원 수준, 26-2호 매수는 1조원을 넘기며 일부 회복됐다.
보험사의 초장기채 매수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과거 보험사는 장래 보험금 지급 시점에 맞춰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했고, 국고채 30년물은 대표 매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는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어진 상태로 전해졌다. 금리가 급등하면 초장기채 매입이 자본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본지는 앞서 30년물 고금리에도 보험사 저가매수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 민감도를 뜻한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같은 금리 상승에도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어, 초장기채를 많이 보유한 기관에는 평가손실 부담이 커진다.
공급 부담도 남아 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9~11월 국고발행 잔량이 57조6000억원 정도로 경쟁입찰 기준 월간 17조~17조5000억원 예상된다"며 "20~50년이 월 6조원 정도이며 30년이 보통 25% 정도라면 월간 4조2000억~4조5000억원가량 발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수급으로는 4조원, 3조원은커녕 2조원도 많아 보인다"고 했다. 현재 장기 투자자 수요만으로는 남은 초장기물 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쉽지 않다는 시장 인식이 반영된 발언이다.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다음 주 예정된 PD 간담회에서 30년물 발행 스탠스에 대한 가이드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월간 2조 후반대부터는 시장이 좀 버거워하는 양상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다음주 예정된 PD 간담회에서 30년 관련한 발행 스탠스에 대한 가이드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30년물 발행을 줄인 물량이 단기물로 이동하면 단기 구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한국만 초장기 금리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정부가 극단적으로 비중을 줄이기는 애매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초장기물 약세는 앞선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본지는 앞서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13일 오전 4.719%까지 오르며 초장기물 약세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당시에도 국내 초장기물 수급 부담이 채권시장의 약세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년 국고채 발행계획에서 올해 총 발행 규모는 225조7000억원이다. 연물별 배분은 단기물 35%±5%, 중기물 30%±5%, 장기물 35%±5%다. 시장의 요구는 이 장기물 비중을 실제 발행 과정에서 더 낮춰 달라는 쪽에 가깝다.
국고채 초장기물 금리 변동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가격을 직접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다. 다만 원화 금리와 장기채 수급은 국내 기관의 위험자산 배분 여건을 살피는 보조 지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PD의 다음 논의는 2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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